‘고래 가는 길(Whale Road)’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쉽게 와 닿지는 않으나 장생포에 국한돼 있던 남구의 고래관광자원화 사업이 구의 경계를 넘어 울주군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남구는 십수년 전부터 고래잡이가 활발했던 장생포를 중심으로 고래관광자원화 사업을 시작해 고래를 울산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고래관광자원화가 구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남구에 갇히는 아쉬움이 컸다.
귀신고래회유해면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엔 한계가 있다. 오호츠크해와 우리나라 동해안을 회유하던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가 1964년 5마리를 포획한 기록을 끝으로 장생포 앞바다에서 회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구가 고래바다여행선을 운영하면서 관경사업을 하고는 있으나 간혹 돌고래떼를 보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생포를 중심으로 울산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래고기 역시 대중적 음식은 아니다. 특히 고래잡이나 고래고기 판매는 반환경적이라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공개적인 반대에 부딪혀 관광음식으로도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고래가 매력적인 관광상품임은 분명하다. 엄청난 크기의 포유류인 고래는 인간과도 친숙해서 관경사업은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고래가 오지 않는 바다를 가진 울산이 고래를 주제로 관광사업을 하려면 장생포 귀신고래회유해면과 반구대 암각화를 연계한 감성적 상품을 만들지 않고는 어렵다. 이것이 ‘고래 가는 길’에 주목하는 이유다.
‘고래 가는 길’은 남구가 단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암각화를 가진 울주군과는 뜻을 함께 해야 한다. 장생포에서 대곡천까지 ‘고래의 길’을 따라 누구나 한번쯤 걸어보게 싶게하는 스토리텔링이 우선 필요하다. 섣불리 선사시대처럼 꾸미는 유치한 환경을 만드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는 고래박물관과 반구대암각화로 충분하다. 오히려 첨단과학을 접목한 기발한 볼거리를 태화강 국가정원 근처에 더할 수 있다면 좋을 일이다. 과거에 갇히지 않으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볼거리 개발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