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치단체 크리스마스 장식, 때론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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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치단체 크리스마스 장식, 때론 ‘과유불급’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0.11.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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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많은 자치단체들이 중심거리에 크리스마스장식을 한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독교·카톨릭,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함에도 어느 쪽도 이를 두고 특정 종교 행사라는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종교적으로는 부처님오신날에 중심거리와 사찰 인근에 연등을 내거는 것으로 균형을 꾀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연등 장식이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울산시는 물론 구·군별로 크리스마스장식을 시작했다. 울산시는 수년전부터 태화로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오고 있다. 올해도 일찌감치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등장했다. 태화로터리 크리스마스 장식은 매년 ITS(지능형교통체계)용 기둥을 이용해 크게 트리장식을 하고 주변 나무를 꼬마전구로 뒤덮어왔다. 여러가지 원색을 사용해 깜빡이게 함으로써 마치 유흥가처럼 혼란스러울 때가 적잖았다. 올해는 삼각형 나무 모양이 아닌 원통형인 트리가 생뚱맞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단순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내고 있다.

기초단체 중에는 중구가 먼저 뉴코아아울렛 앞 광장에 높이 12.5m, 지름 6m 규모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문화의거리에는 물방울 조형물 벽면 조명과 함께 눈사람, 상징물인 학 등을 장식했다. 아케이드에는 은하수터널도 만들었다. 시계탑사거리 내에는 LED별빛그물 등으로 장식됐다. 이미 온갖 조형물로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거리가 더 난삽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과유불급이다.

남구도 곧 남구청 일대에 조명장식을 할 예정이다. 예년에는 왕생로를 뒤덮은 조명등이 너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울주군청에는 군청 입구쪽 몇그루 나무는 사시사철 조명 장식이 돼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니라 야간경관용이라고 하는데, 주변환경과 조화롭지도 못하고 나무를 괴롭히는 것만 같아 마음도 불편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파리의 상젤리제 거리에도 지난 22일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열렸다. 개선문에서 콩코드광장까지 2.2㎞에 이르는 긴 상젤리제 거리는 따듯한 한가지 색상의 꼬마전구로 500여 그루의 가로수를 감는 것이 전부다. 간결하고 따듯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백제문화를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고 칭찬했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이 말이 크리스마스 장식 뿐 아니라 울산의 도시문화에 두루 적용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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