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도 사설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군은 지난 10월 지방재정투자심의회를 열고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를 내년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은 없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부지를 미리 사놓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자칫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군은 터미널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개발한다는 기본 방침만 확정해 놓았을 뿐 실질적인 활용계획은 없는 상태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시설상 용도가 ‘터미널’로 지정돼 용도 폐지나 변경 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미널 부지 활용을 위해서는 지정권자인 울산시와의 협의가 필수지만 이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울주군 의회 정우식 의원이 한 말은 울주군의 허점 투성인 행정에 경종을 울린다. 정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는 당장이라도 매입해 지역 발전을 위해 활용해야겠지만,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혈세를 계획 없이 사용하는데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뼈있는 한마디는 전체 군민들에게도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울주군이 내년에 매입하려 했던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는 부지 5338㎡(1617평)와 건축물 1725㎡이다.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1986년 1월 터미널 부지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았고, 1989년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가현산업개발이 운영난으로 터미널을 폐쇄한 뒤 줄곧 방치돼 왔다.
울주군이 당초 터미널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던 것은 잘 한 일이다. 언양읍 구시가지에는 이제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지가 이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지는 언양알프스시장과 인접해 있고 KTX울산역과도 연계돼 있어 잘만 활용하면 제2 도심의 핵심부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울주군은 지난 27일 행정복지위원회가 부지심의를 할 때까지도 활용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울주군의 행태를 보면 어떻게 되든 땅만 사놓으면 된다는 식이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울주군의 계획 없는 예산 투입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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