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활용계획도 없는 터미널부지에 거액 투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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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활용계획도 없는 터미널부지에 거액 투자라니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11.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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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회가 지난 27일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심의회를 열고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을 불승인했다. 이에따라 울주군의 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 예산은 삭감이 불가피하게 됐다. 군의회는 활용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부지 매입을 위해 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우선 책정한데 대해 집중적인 질타를 했다.

본지도 사설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군은 지난 10월 지방재정투자심의회를 열고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를 내년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은 없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부지를 미리 사놓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자칫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군은 터미널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개발한다는 기본 방침만 확정해 놓았을 뿐 실질적인 활용계획은 없는 상태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시설상 용도가 ‘터미널’로 지정돼 용도 폐지나 변경 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미널 부지 활용을 위해서는 지정권자인 울산시와의 협의가 필수지만 이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울주군 의회 정우식 의원이 한 말은 울주군의 허점 투성인 행정에 경종을 울린다. 정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는 당장이라도 매입해 지역 발전을 위해 활용해야겠지만,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혈세를 계획 없이 사용하는데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뼈있는 한마디는 전체 군민들에게도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울주군이 내년에 매입하려 했던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는 부지 5338㎡(1617평)와 건축물 1725㎡이다.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1986년 1월 터미널 부지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았고, 1989년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가현산업개발이 운영난으로 터미널을 폐쇄한 뒤 줄곧 방치돼 왔다.

울주군이 당초 터미널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던 것은 잘 한 일이다. 언양읍 구시가지에는 이제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지가 이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지는 언양알프스시장과 인접해 있고 KTX울산역과도 연계돼 있어 잘만 활용하면 제2 도심의 핵심부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울주군은 지난 27일 행정복지위원회가 부지심의를 할 때까지도 활용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울주군의 행태를 보면 어떻게 되든 땅만 사놓으면 된다는 식이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울주군의 계획 없는 예산 투입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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