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 경제옹알이(3)]강남을 슬럼으로 만들면 집값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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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 경제옹알이(3)]강남을 슬럼으로 만들면 집값이 잡힌다
  • 경상일보
  • 승인 2020.12.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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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한정된 면적에 주거수요 높은 서울
부동산가격 잡으려면 파격 정책 필요
주택 과잉공급으로 슬럼화한 할렘처럼
강남의 슬럼화를 감수하지 않으려면
30년 상환 주택담보대출 되살려야
  
보다 근본적인 부동산 안정 대책은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 적극 추진해
전국 어디든 좋은 정주여건 만들어야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많이 올랐다.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오랫동안 모아야 겨우 서울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말은 이제는 꽤 익숙하다.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니, 아마도 어려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월급을 아껴 쓰고, 저축을 해서 집을 살 수 없는 세상은 복지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면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복지적인 판단을 제외하고 경제학적인 법칙만으로 판단한다면 아파트는 원래 월급을 모아서 사기 힘든 자산이다.

임금은 경제학적으로 후행변수다. 후행변수는 다른 것들이 다 변하고 난 뒤에 변하기 시작하는 변수를 말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가장 마지막으로 임금이 찔끔 오르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임금을 모으는 속도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은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든 이후에는 경험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임금이 후행변수라는 경제학적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지겠지만, 아파트는 원래 임금을 모아서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파트 가격의 예상 상승률이 대출이자율보다 높으면 구매하고, 아파트 가격의 예상 상승률이 대출이자율보다 낮으면 기다리면 된다. 물론 미래의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에, 아파트를 사는 것은 위험성을 안고 실행하는 투자가 된다. 하지만 경험적인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대출이자율 보다 높은 시기가 더 많았다. 그리고 부동산은 정부의 국토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가격이 비싼 부동산이 더 많이 오른다는 것도 경험적인 사실이다. 필요이상으로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공급은 적고 수요는 몰린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투표권은 하나이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에서는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부동산 안정정책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하지만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지 못한다는 것 또한 경험적인 사실이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지 못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직접적인 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토지의 공급을 정부가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의 면적은 거의 정해져 있고, 국민들이 살기를 선호하는 서울특별시의 면적도 정해져 있기에 아파트를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있게 된다. 다른 하나는 강남을 슬럼으로 만드는 것을 감내할 정도의 정책적 결단이 있어야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의 맨해튼에는 할렘이라고 불리는 슬럼가가 있다. 할렘은 19세기만 하더라도 상당히 전원적인 분위기의 상류층의 주거지였다. 하지만 1901년 발효될 예정이던 주택법안을 피하기 위해 급속도로 개발되었고, 주택의 과잉공급이 이루어지게 된다. 주택의 과잉공급이 이루어지자 월세가 급격하게 하락했고, 저렴한 월세를 선호하는 저소득층이 몰려들어 슬럼가로 변했다. 할렘의 경우를 보면,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 있는, 현실화되기는 어렵지만 유일한 방안이 보인다. 강남을 슬럼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고층의 아파트를 무제한적으로 지을 수 있게 허가를 내 주면 민간 건설업자들은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아파트를 짓게 된다. 이로써 강남에 아파트의 공급과잉이 나타나면 집값이 하락하게 되고,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지금과 같이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을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은, 실질적으로는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정부가 지지해주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강남의 아파트 공급과잉을 막는 정책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슬프지만 차라리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또한 경험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다시 말해, 강남을 슬럼화 되는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적 결단이 없는 상태에서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은 역설적으로 강남의 아파트 가격과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지지해주는 정책이 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강남을 슬럼화해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적 결단을 내리는 정부가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강남이 슬럼화 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상상 속의 논의라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30년 상환의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1930년대의 대공황 이전에 토지담보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은 넓은 토지를 소유한 농장주 정도만 받을 수 있는 대출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30년 상환의 주택담보대출을 일반 국민들에게도 제공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기 시작했다.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돈을 빌리고 30년에 걸쳐 상환하게 하는 것은, 내야하는 이자의 총금액을 증가시켰지만 동시에 매월 내야하는 상환금액을 크게 감소시켰다. 미국에서도 대출이자율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고, 집값 상승률이 대출이자율보다 높은 경우에는 대출이자를 내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실질적인 주택소유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월급쟁이도 30년 상환대출을 받아 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젊은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면 많은 경우 바로 30년 상환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30년 상환대출을 도입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하던 시점에 부동산 투기의 원인으로 지목하여 실질적으로 30년 상환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주택소유의 민주화를 실질적으로 이루어낸 검증된 정책을 무효화 시켜 놓고,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역설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지지해주는 정책만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부동산 정책은 없다. 그러니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강남을 포기하는 것이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강남을 슬럼화 시킨다는 과격한 표현을 제목으로 잡은 것은 무언가를 포기해야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더 오를 강남의 아파트는 오늘이 제일 저렴하니 지금 당장 구매하는 것이 정답인 나라가 되게 된다.

부동산 안정화를 시킬 수 있는 다른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 살아도 서울을 부러워하지 않는 국가를 만들면 된다. 서울은 사실 시장경제만으로 충분히 유지할 수 있으니, 서울에 투입되는 정책자금 중 많은 부분을 지역균형발전에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일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경우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 서울시민도 혜택을 보고, 지방에서도 서울을 부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세금은 사실 그런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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