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81)]방어 그리고 방어진(方魚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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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81)]방어 그리고 방어진(方魚津)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12.14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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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요즘 방어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방어는 方魚, 또는 舫魚라고도 하는데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이 없지만, 겨울철에는 반대로 맛이 좋아진다. 지방질이 많고 근육 조직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세종 때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에는 방어가 동평현의 토산공물조에 실려 있고,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경상도 동래현의 토공조에 기재돼 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방어는 대구, 연어와 함께 함경도·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물고기로 돼 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서는, 방어는 동해에서 나는데 관북·관동의 연해와 영남의 영덕·청하 이북에 모두 방어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울산 동구의 방어진(方魚津)은 정말 생선 방어가 많이 잡혀서 방어진일까. 방어진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공식문서 속 목장의 명칭을 통해 확인된다. 1469년 <경상도속찬지리지>, 1471년 신숙주의 <해동제국기> 속에 ‘방어진 목장’이 등장하며 1861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방어진이 나온다. 이 자료에선 생선을 뜻하는 한자로 ‘方魚津’을 표기해 당시 방어진 앞바다에서 방어가 많이 잡힌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도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겨울이면 방어가 곧잘 잡히고 있다. 일부에선 조선시대보다 앞선 고려 때 적의 침입을 막은 방어사(防禦使)를 둔 것에서 방어진이라는 지명이 유래됐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 방어회.
 

방어는 크기에 따라 보통 소방어(1㎏ 내외), 중방어(2~4㎏), 대방어(5~8㎏), 특대방어(10㎏ 이상)로 분류된다. 방어의 가장 큰 특징은 기름기다. 특히 추운 겨울 바다에서 견디기 위해 지방질을 축적한 방어 뱃살은 참치 뱃살 못지 않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고소하다. 대방어의 뱃살을 썰어보면 거의 황새치 뱃살 못지 않게 기름기가 많다. 물론 녹는 듯한 식감은 방어 뱃살이 한 수 위다. 비타민 D·E와 칼슘·인·철·나트륨·칼륨 등의 무기질도 많이 함유돼 있다.

겨울이 되면 방어 품귀 현상이 생겨 상인들이 부시리를 방어로 속여 파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구별법은 생선의 입꼬리 부분을 보는 것이다. 위턱의 끝이 날카롭게 각져 있다면 방어, 둥글다면 부시리다.

예년 같으면 12~1월에는 겨울축제가 한창일 때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축제가 취소되고 바닷가 횟집도 한산하다. 그렇지만 꾼들은 추울수록 제철 방어 맛을 잊지 못한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방어를 주문해 집에서 소소한 파티를 열어보면 어떨까.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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