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새 2020년을 마무리할 시간이 하루도 남지 않았다. 아니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내기에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와 전쟁하느라 무지무지 혼란스러웠지만 많은 신조어와 새로운 삶을 경험하기도 했다. 펜데믹이라는 집단감염증에 익숙해져 마스크가 패션으로 생활화되었고 견디는 것도 실력이 되었다. 비상이 일상으로 무뎌지면서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구분되지 않고 집단혼돈 속에서 정치·경제든 질병 비상시국이든 이 상황을 견디는 것도 실력이라 해야 한다.
결단력과 인내력이 있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바른 판단를 내리고, 판단한 일은 끝까지 참고 나아가는 신념이 필요하다.
조그만 어려움에도 주저앉고 마는 무기력한 정신,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비겁한 태도,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요행과 우연을 바라는 불합리한 생각으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도 없고 견딜 수도 없다.
신념대로 행하고 양심대로 살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이기는 용기 즉, 극기(克己)야말로 용기의 극치이다. 2020년은 모든 것은 용기 있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한 한 해였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가능에 대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신념으로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과 집단의 사사로움을 위해 흰색을 검정색이라 하는 것에 조직을 결집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대립하는 것을 실력이라고 우기며 내로남불 하고 있다.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말로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어른이에게 진정한 힘의 조화를 가르쳐 줘야 한다.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일은 힘의 산물이라고 했다. 선각자 도산 안창호는 “힘은 건전한 인격과 공고한 단결에서 얻어지므로 인격 훈련(人格訓練)과 단결 훈련(團結訓練)을 청년들에게 간절히 요구한다”며 힘은 인격에서 나온다고 피력했다.
신기루 같은 목적을 품고 목표을 향해 달려왔던 청춘들에게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달려온 여정을 견디어 낸 것도 실력이고 힘이라는 걸 응원해 주고 싶다. 청소년들은 꿈은 없지만 사소한 바램이 너무 많다고 한다. 사소한 것도 꿈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 해 줘야겠다. 남의 일이건 내 일이건, 큰 일이건 적은 일이건, 언제나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고 힘이라는 걸 보여주는 괜찮은 어른으로 사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다.
새해는 신성함과 여유를 뜻하는 흰 소의 해이다. 견디는 것도 실력인데 조급히 굴지 말고 우직함과 뚝심으로 차근차근 밀고 나아가 그리웠던 일상을 만나고 싶다.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