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문설치가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대구가 구미의 해평취수장을 공동이용하는 대신 대구 수성구, 동구의 식수원인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한다’는 이 안건의 통과로 울산의 식수문제와 늘 상충되어 왔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라는 오래된 난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시장까지 직접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심의 통과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1971년에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 하류에 1965년에 건설된 사연댐의 영향으로 비가 오거나 홍수 때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훼손이 계속되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03년부터 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조절, 대체수원 확보, 임시제방, 이동식 투명 댐인 ‘카이네틱(Kinetic)댐’ 설치 추진 등 여러 방안을 논의했지만 완성도 등 현실성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이후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는 낮추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물은 운문댐에서 보충하자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인류가 그린 최고(最古)의 바위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신석기시대 후기에서 청동기시대 초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암각화에는 포경(捕鯨)의 역사가 짧고 기록이 미미한 우리나라 포경 생활사의 시초가 그려져 있다. 여러 동물들이 그려져 있지만 주로 고래 사냥에 대한 내용으로 미끼, 그물, 작살을 맞은 고래, 고래잡이 배와 고래를 잡은 후 손질하는 일들이 자세히 묘사되었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 포경 교육을 목적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역사적 의미로도 반구대 암각화는 원시 포경의 모습이 그려진 최초의 기록 중 하나로, 인류 포경 역사의 시작에서 가장 먼저 언급이 될 정도로 그 가치와 의의가 큰 귀한 문화재이다. 지난해는 수몰되는 문화재를 모형으로나마 볼 수 있도록 ‘반구대 암각화 3D모형’이 제작되어 울산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문화재가 지금까지 보존방법 등의 문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하다 올해 2월 우선등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울산시는 이번 심의 결과를 계기로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추진단을 신설하고 세계문화유산등재에 박차를 가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려는 ‘반구대 암각화 시민모임’의 활동과 ‘사연댐 수문 설치를 위한 국민서명운동’까지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이러한 결과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울산의 정치권도 여야 모두 운문댐 물의 울산공급을 환영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의 경우는 다르다. 대구 수성구, 동구 구의원들은 구미 해평취수장을 대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환영하나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취수원 일부를 울산시에 양보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7년, 2018년의 가뭄 때 운문댐이 고갈되어 취수가 중단되고 수돗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면서까지 지역구민들의 건강권을 내어주는 것은 구민들의 의견수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청도 운문댐의 강수량은 예년의 69% 수준으로 ‘가뭄주의’ 단계이며 유입량 역시 예년의 42%로 ‘가뭄주의’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당지역 의원들은 지역의 물 공급 걱정에다 울산시민의 물 공급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앞으로 운문댐 물을 끌어오기까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는 단지 울산만의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세계적 문화유산임을 생각하고 접근해주길 바란다. 각 지자체의 이익만을 찾지 말고 울산과 대구가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운문댐 물을 끌어오기 위해 소요되는 적지 않은 관로 공사비용과 수도요금 인상이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20년간의 노력이 아깝지 않도록 2028년 낙동강물관리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울산의 식수 확보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