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우돌프 정원’으로 태화강 정체성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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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우돌프 정원’으로 태화강 정체성 재정립해야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7.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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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가운데 2만㎡에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을 만든다고 한다. 피트 아우돌프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세계 정원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자연주의정원의 대가다. 그가 아시아 최초로 울산 태화강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세계적 주목을 끌 수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울산지역 조경관계자들이 2019년 중국 정원 행사에 참가해서 얻어낸 성과다. 아우돌프씨는 ‘죽음의 강에서 생태하천으로 변신, 마침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의 스토리를 들은 뒤, 생애 마지막 작품을 태화강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작가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태화강만의 독창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볼거리를 만든답시고, 확장을 한답시고, 공연히 볼썽사나운 인공시설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의 대리인이 이미 울산을 방문해 장소를 선정하고 디자인 작업까지 완료했다고 한다. 그들은 대상지를 국가정원 내 국화밭 일원을 원했으나 울산시가 국화밭 대신 중앙부에 위치한 초화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국화밭이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이 이유다. 아우돌프씨는 일단 수용한 뒤 오는 9월 방문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예 참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울산시가 제시한 초화원을 대상지로 할 경우 1.2m를 성토해야 한다는데, 그럴 경우 여름철 폭우에 흔적도 없이 쓸려가버릴 우려가 있다. 그가 현장을 둘러보면 더 나은 곳을 찾을 수도 있고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공간, 비 피해가 생기더라도 다음 철이 되면 정원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선택한 대상지가 어디든 그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자연 그대로의 특성을 잘 살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우돌프는 여러해살이풀을 주로 사용해 마치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정원을 만든다. 매년 한해살이 꽃을 심는 등 새단장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 유지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의 하나로 꼽힌다. 그의 대표작인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철거하지 않은 철길과 여러해살이풀들이 어울려 마치 오래전부터 절로 조성된 것 같은 느낌이다. 콘크리트와 고층건물로 뒤덮인 도심 속에서 순수한 자연을 체험하게 하는 힘이 있다. 국화와 일년생 초화류를 질서정연하게 심어서 태화강 국가정원을 꾸미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우돌프의 정원’을 조성한다면 태화강국가정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재검토하는 등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 세계적인 정원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새롭게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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