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2022년 대선에서 후보를 고르는 최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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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2022년 대선에서 후보를 고르는 최대 쟁점
  • 경상일보
  • 승인 2021.07.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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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2017년 가을에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잘 알다시피, 남한산성은 중국의 명청교체기에 조선의 조정이 친명배금 정책을 고수하다가 청의 공격을 받고, 임금과 조정이 급히 피신한 곳이다. 임금과 조정은 그곳에서 47일 동안 청군에 포위된 채 항쟁하다가 항복한 후 청의 신하가 되었고, 조공국이 되었다. 포위된 산성 내에서, 화친을 주장한 이조판서 ‘최명길’과 척화를 주장한 예조판서 ‘김상헌’이 말로써 공방을 주고받고, 그 사이에서 인조가 번민하는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다.

남한산성을 에워싼 청의 황제가 인조에게, 성문을 열고 나와서 항복을 하라는 문서를 보내자, 인조는 성을 나가기로 결심하고, 최명길에게 그 답서를 작성하라고 명하였다. 최명길의 답서를 읽은 김상헌은 “한 나라의 군왕이 오랑캐에 맞서서 떳떳한 죽음을 맞이할지언정 어찌 치욕적인 삶을 구걸하려고 하시옵니까”라고 화친을 반대한다. 최명길은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는 것과 같이 약한 자가 살아남기 위하여 강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사옵니다. 오랑캐의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라고 읍소한다. 최명길의 이 대사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영화가 나올 때는 트럼프가 당선되어서 미중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하던 때였고, 제작사도 그런 시기를 노린 것일 수 있는데, 미중갈등 시기의 우리의 대응과 명청교체기의 조선의 대응이 오버랩 되면서, 과거의 공방이 아니라 오늘날의 공방처럼 느껴졌다(전문적인 분석으로야 그런 오버랩이 분명 논리비약일 것이다).

현재 세계 최강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끊임없이 동참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면서(수출액의 4분의 1, 수입액의 5분의 1) 우리나라 전체 관광객의 절반을 보내는 나라이다 보니, 앞으로 상당한 기간 지속될 미중갈등 속에서 우리의 외교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미중갈등 바로 옆에 남북한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2019년도 한-아세안 CEO 서밋’에서의 기조연설이나 여러 인터뷰에서, “38선이 무너지면,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에 남한의 자본력과 제조업 기술력이 결합하여, 한반도는 세계 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에 올라설 것이다. 8000만명의 인구가 중국과 바라보게 되고,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잇는 동서 철길이 재건되면 한반도는 글로벌 교통의 허브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굳이 짐 로저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경협이 이루어지고, 휴전선이 개방되면, 우리나라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계기를 마련한 듯이 보였던 시기에 문재인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다가, 그 기대가 깨어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한 것을 보더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중갈등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남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정치만이 할 수 있고, 정치인이 해야 한다. 사실 202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여러 후보가 고도성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충분한 복지, 일자리의 획기적인 증가 등을 공약하고 있지만, ‘거기서 거기’ 같고, 곧이곧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위 두 가지의 문제 있어서는 후보자 사이에 입장 차이가 클 수 있고, 그 입장 차이는 미세한 것이라도 우리나라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22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위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엄밀하게 선별해 그 지점에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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