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위기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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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위기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 경상일보
  • 승인 2021.07.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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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도권에서는 두 사람을 넘으면 만날 수도 없고, 울산에서도 5명 이상은 모이지 못한다. 확진자가 2000명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감염력이 훨씬 센 델타변이가 확산 중이다. 섣부른 생각이기를 바라지만 4차 대유행을 넘어서는 ‘코로나 핵폭발’이 시작될 것 같아 두렵다.

물론 이 어려운 상황에 정부 뿐 아니라 각 지자체와 의료기관은 사력을 다해 맞서고 있다. 울산의 중심에 위치해 구·군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유동인구도 많아 위험성이 더 큰 남구도 선제적 방역조치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 중이다. 울산시 및 정부와 연계해 신속히 감염원과 전파경로를 파악하고, 철저하게 확진·접촉자를 관리하고 있다. 의심자를 직접 찾아 검체를 채취하는 ‘찾아가는 방문검체 채취’를 포함해 지금까지 지역 의료기관과 함께 18만여명을 진료·검사했고, 9만여명에게 접종을 실시했다. 전 공무원이 격리자 관리 업무를 수행 중이고 환자감시, 역학조사, 주민소통·홍보, 시설관리에도 공무원과 의료인이 끊임없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고 믿는다. 지난 세기 대유행했던 세계적 규모의 독감도 결국 계절성 유행 질환으로 남게 됐듯이 코로나도 시간이 가면 기세가 꺾여 일반 인플루엔자처럼 토착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어떤 양상이 되었건 현재와 같은 격렬한 상태의 위기상황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팬데믹 터널을 빠져나온 뒤의 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가 나타났던 2020년 이전과 앞으로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될 거라고 예측한다. 생활방식, 업무패턴, 사람 생각, 인간관계, 비즈니스 관행, 산업구조 및 국가간 관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행정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 직전만 해도 울산 남구에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속적 인구감소, 제조업 침체, 자영업 폐업률 증가 등으로 악화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 큰 과제였다. 4차 산업혁명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도 시급했다.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맞춰 대민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신경 써야 했다.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 삶의 가치를 높이고, 도시 브랜드가치를 부각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도 중장기적인 고민거리였다. 이런 문제들이 고스란히 남은 채 코로나 위기가 시작됐고, 이는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로 다가 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우리로서는 코로나 위기 극복 못지않게 지금의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위기 이후의 세상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가장 어려울 때 미래를 준비하라는 금언은 행정에도 통한다. 그래서 남구는 코로나 상황의 한 가운데서도 구민 삶의 질을 높이고 행정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행정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법·제도와 현장의 괴리가 커져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에 주눅 들지 않고 소극적인 집행자의 자세를 넘어 현장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공직자의 마음가짐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지원을 비롯해서 청년 고용지원, 소상공인 영업장 SNS홍보, 장기입원 청장년 퇴원자립 지원, 공영주차장 조성, 학교 교실을 활용한 돌봄교실 운영,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노사정 협력 등 팬데믹 와중에도 구민을 위해 꼭 해야만 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고통을 감내하는 구민의 행복을 완성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미증유의 세계적 위기라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를 잘하면 더 나은 도시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려울 때 미래를 준비해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현실이 어렵고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장기적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면서, 현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간다면 희망은 멀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적극행정이야말로 이런 것이 아닐까.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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