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밤 물길 밝혀주는 생의 길잡이 ‘한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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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밤 물길 밝혀주는 생의 길잡이 ‘한권으로’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8.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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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 작가

‘등대’ 기행집이 나왔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의 유·무인 등대를 찾아다니며 ‘발로 쓴 글’을 모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지상의 끝자리, 그곳에 등대가 있었네>에는 인천팔미도등대를 시작으로 울릉도태하등대, 고성 대진등대에 이르기까지 22곳 등대를 중심으로 자연과 사람, 마을이야기가 담겨있다. 계절마다 다른 햇살을 품에 안은 등대는 우뚝 선 그 모습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한 뱃사람에게 빛으로 물길을 안내한 것처럼, 땅을 밟고 다가 온 이들에게도 세월의 풍파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저자 이지원씨는 3년여 긴 시간 해안선을 따라 등대를 찾아다녔다. 한 곳을 다녀올 때마다 각기 다른 풍광과 사연에 맞춰 등대의 특성을 살필수 있도록 풀어썼다.

군산 어청도등대는 ‘꽃동백 한송이 피워올린 등대’였다. 해남 목포구등대의 이미지는 ‘당당해서 아름다운 젊은 그대’였다. 저멀리 마라도등대는 ‘지상의 노란별, 괭이꽃 반짝이던 곳’으로 남아있다. 통영 소매물도등대의 감동은 ‘고행 끝에 만난 환상의 등대섬’으로 기억된다.

저자의 감상적 기행은 울산과 인근 부산·포항으로도 이어진다. ‘사랑하고 싶다면…등대로 가자’(부산 영도등대), ‘소망과 낭만 품은 미래의 바다’(울산 간절곶등대), ‘해송의 녹색바람에 몸헹구며 불 밝히는 곳’(울산 울기등대), ‘오얏꽃문양과 균형잡힌 조형미’(포항 호미곶등대)로 이어진다.

등대지기가 직접 붉을 밝히는 제주의 옛 등대 ‘도대불’만 따로 모아 조명하기도 했다.

저자 이지원씨는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장애를 갖고 있다. 등대탐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남편은 물론 길 위에서 만난 여러 ‘사람등대들’에게 적지않은 도움을 받았다며 “나 또한 누군가의 등대가 되기를 바라며 희망의 빛, 등대순례길에 돛을 올렸다”고 털어놨다.

이지원씨는 문예한국 신인상(2006)으로 등단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울산수필가협회, 한국에세이포럼 회원으로 활동한다. 제10회 울산문학상 올해의작품상, 제12회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수필집으로 <무종> <낙타가 태양을 피하는 법>이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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