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한국말 서툰 엄마와 삼형제 막막한 앞날
상태바
[집다운 집으로]한국말 서툰 엄마와 삼형제 막막한 앞날
  • 정세홍
  • 승인 2021.09.03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가온이네 네식구가 살고 있는 집. 방이 2개지만 침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다.

가온(가명·9)이네 삼형제는 다문화·한부모가정이다. 외국에서 온 가온이 엄마는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말 가족간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이혼했다. 당시 가온이 동생이 태어난지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가온이 엄마는 가온이 동생이 태어나면서 홀로 세 아이를 양육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온이 동생은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이라는 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은 미숙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폐 생성이나 분비 부족 등의 사유로 호흡 곤란이 발생한다. 당시 가온이 동생은 면역력이 약해 감기와 같은 작은 질환도 폐렴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

게다가 가온이 엄마도 지난 2018년 자궁경부암으로 수술받은 바 있어 건강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근로활동을 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아픈 아이를 홀로 돌보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가온이 엄마는 한국에 도움을 줄 지인이나 가족도 없었다.

유년기를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성장한 가온이는 아직 한글을 모두 익히지 못했다. 가온이 엄마 또한 한국어에 서툴긴 마찬가지였고 어린 세 자녀를 홀로 돌보느라 학업까지 세밀히 챙기기 어려웠다. 밝은 성격으로 학교 가길 즐기는 가온이지만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수업 이해도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학령기인 가온이에게는 학습에 집중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가온이네 가족이 살고있는 집에는 아이들의 공부방 하나 없다. 현재 네 식구가 사는 집은 오래된 다가구주택 1층이다. 지난해 이혼과 가온이의 초등학교 입학, 가온이 동생 출생이 겹치며 급하게 마련한 거처였다.

저층으로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고 방 2개지만 침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협소하다. 주거공간이 열악해 삼형제에게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이 발병했고 실내 환기도 쉽지 않아 폐 질환에 취약한 가온이 동생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가온이 가족의 건강 악화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번졌다. 과거에는 가온이 엄마가 일용근로라도 하며 생계비를 마련했지만 자궁경부암 수술과 아동 양육으로 현재는 근로활동이 어려워졌다. 가온이네 네 식구는 생계급여·아동수당과 같은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월 소득의 약 32%가 월세, 관리비, 공과금과 같은 주거비로 지출되는 등 주거비 과부담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달간은 주거비마저 체납됐고 체납분을 현 거주지 보증금 200만원에서 제하고 나면 잔액은 60만원가량이다.

가온이네 가족 사연을 접한 관할 드림스타트는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 발달을 위한 지원을 연계했다. 드림스타트 개입 과정에서 가온이네 네 식구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할 드림스타트는 네 식구가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LH 임대 주택 신청을 안내했다. 그리고 얼마전 가온이네 가족은 LH 전세임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 ※울산지역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 ※울산지역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가온이네 삼형제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는 소식에 들떴지만 엄마는 고민이 많다. LH 전세임대로 이사하면 임대보증금의 본인부담금이 최대 500만원인데 현재 가온이 엄마 수중에는 현 거주지 보증금 잔액 60만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가온이 엄마는 당장 계약금이 없어 이사를 주저하고 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