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롯데는 울산터미널 이전·재개발 추진 경위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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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롯데는 울산터미널 이전·재개발 추진 경위를 밝혀야 한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9.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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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이전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버스터미널의 시설이 낙후되고 근래들어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운영에도 문제가 발생하긴 했으나 아직 울산시가 이전이나 재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사업자인 롯데쇼핑이 터미널 부지를 재개발 또는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지역에 있는 한 건축사무소가 홈페이지에 울산터미널 복합개발 조감도를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것도 롯데쇼핑이 발주처이고 건축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됐다고 표시가 돼 있었다. 롯데쇼핑 측에 확인한 결과 “개발계획이 전혀 없고 발주하거나 계약한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 후 건축사무소 홈페이지에선 조감도가 사라졌다.

울산터미널의 이전은 오랜 숙제다. 터미널이 있는 위치가 신시가지 중심인데다 고속도로 입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내 교통체증과 물류비 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이용객이 대폭 줄어들면서 지난 5월엔 운영업체가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터미널 운영이 중단될 위기도 겪었다.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이전을 논의할 때가 됐을 뿐 아니라 운영난 극복 대책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터미널 이전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데, 건축조감도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롯데쇼핑 측이 재건축·이전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 롯데쇼핑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건축사무소가 아무런 의뢰도 받지 않고도 조감도까지 그려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때문에 롯데쇼핑 측은 그 경위를 분명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울산시와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롯데측이 자체적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건축사무소의 일방적 헤프닝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울산시외·고속버스터미널은 사업권이 롯데쇼핑 측에 있다고 해도 엄연한 공공시설이다. 이전의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해도 공식적인 여론수렴 없이 이전이나 재개발을 결정해서는 안 되는 시설이다.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롯데쇼핑측에 엄청난 이윤을 넘겨주는 특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울산이 창업주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롯데는 강동리조트와 복합환승센터 등 개발사업에서 적잖은 특혜를 얻고도 수년씩 개발을 미루는 바람에 도시발전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 바 있다. 터미널 이전이 절실하지만 이익의 지역사회 환수 계획이 동반되지 않으면 터미널 이전을 추진할 수 없는 이유다. 하물며 울산시민들을 무시한채 롯데가 단독으로 이전이나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면 용납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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