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는 비가 알려준다고 했는가. 봄꽃과 단풍 같은 식생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계절의 변화라면, 매미나 귀뚜라미와 같은 곤충의 울음소리 역시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도 계절이 갈리는데, 어제(29일) 내린 비가 계절의 시계를 여름에서 가을로 돌려놓겠다. 최근 9월까지 이어진 한낮의 강한 열기로 평년보다 3~4℃ 가량 높게 기온이 올랐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해진 공기가 살갗을 싸늘하게 만들겠다.
‘가을비는 내복 한 벌’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 가을에 비가 내리고 나면, 찬 성질을 가진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또 기온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기온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내복이 필요할 만큼 그렇게 큰 추위는 아니다. 하지만 가을비가 오기 전의 날씨가 평년 이맘 때보다 포근하다 못해 약간의 더위까지 느껴진 탓에 상대적으로 더 춥게 느껴질 수 있다. 체온관리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앞으로 기온의 내림세의 폭은 더 커지겠다. 가을의 전형적인 맑은 하늘 탓에 한낮에는 기온이 다소 오르기도 하겠지만, 한낮의 열기가 밤새 식으면서 일교차가 앞으로는 15℃ 안팎까지 크게 벌어지겠다. 하지만 우리 몸의 체온은 변화하는 계절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 하루 사이에, 그리고 하루 동안에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온에 맞춰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스가 심한데, 이는 면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개 체온이 1℃ 낮아지면 몸의 면역력은 약 30% 떨어진다고 한다. 체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세포가 산소와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체온이 1℃만 올라가도 우리 몸의 면역력은 5배 가량 높아진다고 한다. 얇은 옷 여러벌을 겹쳐 입어 외부의 작은 기온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변덕 심한 가을날씨에 건강을 챙기는 중요한 비결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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