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형 폐선·폐역부지 활용방안은?]해운대·곡성 등 성공요소 참고 ‘울산만의 경쟁력’ 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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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형 폐선·폐역부지 활용방안은?]해운대·곡성 등 성공요소 참고 ‘울산만의 경쟁력’ 확보를
  • 정세홍
  • 승인 2021.10.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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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지역 폐선부지 전경.
▲ 울산 북구지역 폐선부지 전경.

우리나라 철도는 지난 2004년 철도구조개혁 이후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현재까지도 철도는 대용량 여객과 화물 수송이라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철도에 대한 투자비중이 증가하면서 열차의 고속주행을 위한 복선전철화, 신설노선의 직진화가 이뤄지면서 기존 역할을 담당했던 많은 선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폐선·폐역부지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복선전철화와 신설노선 직선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만해도 1800만여㎡이던 폐선부지는 올해 기준 2900만여㎡에 이른다.

용도별로는 농경지가 20.2%로 가장 많고 공원 14%, 자전거도로 13.9%, 레일바이크 7.5%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폐선부지는 대체적으로 좁고 긴 지형적 특성상 활용방안 모색이 쉽지 않다.

▲ 울산 북구 호계역 전경.


◇울산 25㎞, 75만㎡에 달하는 폐선부지 활용방안은 검토중

지난 수십년간 진행돼온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울산에도 길이 약 25㎞, 면적 약 75만여㎡에 달하는 폐선부지가 존재한다. 축구장 100개가 훌쩍 넘는 크기다. 하지만 활용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북구 일대의 폐선부지는 수년간의 주민의견 수렴과 용역 등을 통해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기본계획이 도출됐지만 울주군 일대 부지는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활용방안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울산 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유후부지의 성공적인 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공적인 활용 사례로 주변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이뤄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십~수백억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외면을 받는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철도공단에 따르면 울산지역 철도 유휴부지 175개 필지 중 활용되고 있는 필지는 53개(30.2%)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농경지나 공공시설 용도로 쓰이고 있다.

한국철도공단에서 대표적인 철도 유휴부지 활용 성공 사례로 평가하는 부산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와 그린레일웨이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고충을 이겨냈다. 상업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원주민들과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았고, 환경단체 등의 반대도 거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중점을 뒀던 건 기존 철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환경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고, 지나친 상업화에 치중하는 것을 억제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수차례 원탁회의를 거쳤고 계속된 의견조율 과정이 있었다. 현재는 지역사회를 대표할만한 관광시설로 거듭나 주민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폐철로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던 전남 곡성은 기차라는 특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착안, 지역 특성에 맞는 기차마을을 조성해 호응을 얻었고 계속된 시설 향상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이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역사회 전체가 합심해 이뤄낸 결과다.

배종진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대표는 “지자체나 공공에서 하는 개발은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 사실 덜 치열하다.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우리와 비슷한 시설이 울진에 조성되고 있는데, 예정된 공기가 지났는데도 아직 오픈을 못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으로 당연히 사업개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추후에는 예산 먹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원추추파크, 태백 오로라파크 등은 철도를 활용한 특색 있는 관광지와 시설을 조성했음에도 아직은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막대한 예산 투입과 무조건적인 상업개발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울산 폐선·폐역 활용방안, 지역 특색 살려 다각도로 살펴야

북구는 최근 폐선부지 활용방안 공청회를 열고 폐선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기본계획을 밝혔다. 크게 폐선부지 1단계 9.5㎞는 공원·녹지 도입구간과 2단계 2.6㎞ 트램노선 구간으로 나눠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1단계 구간은 남북으로 긴 녹지축을 조성, 숲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인 △자연형 숲길 △가로수형 숲길 △친수공간형 숲길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들 산책로는 만남의 광장, 호계역사공원 등으로 이어져 그동안 철로로 인해 단절됐던 지역사회 커뮤니티 공간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호계역은 열차박물관, 레일정원, 잔디마당, 전망데크, 상징조형물 등을 갖춘 지역의 랜드마크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됐다. 설문조사 결과 폐선부지 내 도입시설로 1순위가 휴식공간, 호계역 내 도입시설 1순위는 역사문화공원이었다.

정현욱 울산연구원 박사는 “폐선부지 개발을 울산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인근의 경주와 광역연계사업으로 추진하는 접근방법도 필요할 것 같다. 또 트램구간의 경우 기존 주거지와 시가지 등을 관통하는 형태로 조성되는 만큼 시가 지 경관에 대한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구와 달리 울주군지역 폐선부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 활용방안이 나와있지 않다. 덕하역사 일대, 터널이 포함된 외고산 옹기마을 등 유휴부지 활용을 위해 서울 경춘선 숲길, 경기도 별빛 터널, 포항 철길숲 등을 벤치마킹 했으나 활용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공연 전남 곡성기차마을 팀장은 “처음부터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만약 상업시설로 개발한다면 시설의 규모와 시설비, 어떤 테마로 어떻게 다른 관광지와 차별성을 가질 것인지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이렇게 한다고 똑같이 해서는 절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뒤처지고 외면받게 돼 있다”며 “만약 상업시설로 개발방향을 정했다면 경제성 분석, 지역사회 환원 방법도 처음부터 고민해야 한다. 다른 관광지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도 필수다”고 조언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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