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홍칼럼]상설특검법을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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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칼럼]상설특검법을 활용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1.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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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영화 ‘아수라’(황정민 주연)를 보면서 저런 세상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그 영화가 현실로 튀어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스캔들이 내뿜는 악취가 천지를 진동한다. 자고 나면 마피아 조폭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성남시장을 지낸 현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는 단군 이래 최대의 공공개발 이익을 확보한 치적이라고 선전하더니, 이제는 제1야당과 토건세력의 ‘게이트’라고 비난하고 있다.

비리스캔들의 중심회사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 그것도 자본금의 천배가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거나, 그 핵심인물들이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의 측근이라거나, 대법관·검찰총장·특검·검사장을 지낸 변호사들이 소위 고문역할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거나, 정치권 인사들과 그 자제들이 관련이 있다거나, 경찰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수상한 금융거래신고를 받고도 5개월 동안 사건을 뭉겠다거나, 관련 회사의 한 회계사가 검찰과 언론에 녹취록을 제출했다거나, 검찰·공수처·경찰에서 동시에 수사에 착수했다거나 하는 등등 소리만 요란하다. 제20대 대선선거일까지 5개월 여 밖에 남지않은 지금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당에서는 특검은 절대로 안되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통하거나 또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해서 해결하자고 한다. 그 이유는 특검을 하려면 특검법을 만들고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하는데, 이 시간만 해도 1개월 이상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도 여야 간의 정쟁으로 인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현재의 검찰이 그 동안 추미애·박범계 양 장관을 거치면서 친정부 검사들로 주요보직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고 경찰과 공수처도 수사능력이나 중립성에 의문이 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하여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여야 간에 한 치 양보도 없는 대치 속에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물론 검찰에서 용의자를 압수수색하였지만, 그것도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압수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우리 나라의 검찰의 위상이 이제는 헌창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장자연 사건·김학의 사건·버닝썬 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를 하라’고 닦달하던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에는 영 묵묵부답이다. 지금이야말로 검찰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한 치 의혹도 없을 정도로 수사의 칼날을 예리하게 겨눠야 할 때인데도 말이다.

국민들은 부동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청난 상처를 입고 있다. 그들이, 경제가 거의 거덜난 상황인데 권력과 결탁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인사가 전관들을 앞세워 가림막을 치면서 비상식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이득을 보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곱게 받아들이겠는가? 정치권과 정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상설특검법을 마련해 놓았고 적용했던 경험도 있다. 여야가 합의하면 일주일 정도면 특검을 출범시킬 수 있다.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면서 특검을 준비한다면 2~3주 후에는 특검이 무난하게 사건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며, 연말 정도면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조국 사태 등등의 국면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증거가 인멸되고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게 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혹은 커질 대로 커져 있으며,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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