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삼환아르누보 화재 후 1년, 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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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삼환아르누보 화재 후 1년, 그날의 기억
  • 경상일보
  • 승인 2021.10.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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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식 울산남부소방서장

추석 명절이 며칠 지나 연휴를 시작하는 늦은 밤이었다. 울산 남구 달동에 소재한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야외 테라스에서 시작된 화재가 강풍을 타고 상층까지 확산하고 있으니 빨리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상황이지만 아직도 그날의 긴박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다수인이 상주하는 시설인 주상복합건물 화재는 인명구조가 최우선 과제였다. 화재 초기 이웃주민의 대피를 유도해주신 입주민들의 뛰어난 시민의식이 중·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울산소방본부의 전 직원들의 적극적인 대피유도와 구조활동으로 중·사상자 없이 77명을 구조했고 15시간여 만에 화재는 진압되었다. 인명피해는 7명의 가벼운 부상, 132가구 4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는 소방서 집계 약 106억원이 발생했다.

화재는 가연성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연소하면서 순간풍속 13~14m/s의 강풍을 타고 최상층까지 확산하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0.5㎜ 정도의 얇은 알루미늄 판재 2장을 합성수지 접착제로 붙인 건축자재로 화재안전 측면에서는 위험한 건축자재이다.

알루미늄은 열에 의해 녹는 온도가 약 660℃로 화재 시 알루미늄을 용융시켜 가연성이 높은 내부의 합성수지 접착제에 쉽게 착화된다.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복합패널 시공 시 패널과 외벽사이에 빈 공간이 ‘굴뚝효과’를 유발하면서 불길이 급속하게 위로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지난 2010년 10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2012년 3월16일 자로 건축법이 개정되어 30층 이상 건물에 사용하는 외장재는 불연재 사용이 의무화되었으나, 삼환아르누보는 2006년 허가를 받아 2009년 준공되어 외장재 불연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가연성 재료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화재 이후 울산소방본부는 고층건축물 소방안전대책 수립을 통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했다. 고층건축물 관계자 간담회를 개최해 유사시 화재사고 방지대책을 토론했으며, 합동소방훈련과 고층건축물 전담 소방대 운영으로 현장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삼환아르누보 화재를 계기로 울산 지역 30층 이상 고층건축물 33곳에 대해 ‘고층건축물 화재대응 매뉴얼’을 발간해 출동대별 임무, 소방시설 활용방안, 현장 작전 수행 절차를 체계적으로 수립해 향후 고층건축물 화재대응에 초석을 마련했다.

아울러 삼환아르누보 화재 당시 남부소방서에서 운용하는 고가사다리차는 55m급으로 고층건축물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부산소방본부 소속 70m 고가사다리차를 지원받아 현장에 투입했으나 원거리에서 지원되는 상황이라 초기 배치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에 화재 골든 타임 확보와 고층건축물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울산소방본부도 70m급 고가사다리차의 도입 필요성 논의가 시작되었고,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으로 올 연말에 도입될 예정이다.

남구청에서도 시민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남부소방서와 함께 남구 관내 고층건축물 주변에 대형 소화전 설치·유지를 협약해 대형화재 재발방지에 힘을 모았다.

그 날의 화재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규모여서 심리적인 외상(트라우마)으로 남아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우리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이웃을 봤으며, 불길을 뚫고 시민을 구조하는 소방관을 보았다.

전국에서 격려가 쏟아졌고, 전 세계가 놀라워했다. 1년이 지난 즈음 오늘, 우리 지역의 트라우마가 아닌 자랑스러운 날로 그 날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이제 시작된 삼환아르누보 보수·보강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어 입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기원한다.

조강식 울산남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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