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울산대학교는 종합대학으로 확대하면서 전국적으로도 드물게 미술대학이 아닌 조형(디자인)대학을 단과대학으로 두었다. 산업도시의 특성을 살린 선택이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지역사회의 조형대학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았다. 주력산업이 디자인에 높은 비중을 두지 않는 제조업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산업계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도 큰 이유가 됐다. 지금은 디자인건축융합대학으로 합쳐져 산업디자인전공, 시각디자인전공, 디지털콘텐츠디자인학전공을 두고 있으나 여전히 졸업생들의 진로를 울산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한다. 공과·정보바이오융합·자연과학이 중심인 UNIST(울산과기원)도 디자인학과를 두고 있다. 제품 및 제품 서비스시스템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유니스트 디자인학과는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쓰는 등 크게 성과를 내고 있다.
울산시는 18일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 유치를 위한 포럼을 열었다.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품기획부터 제조 마케팅 등 제품생산 전 분야에 디자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하는 거점센터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직접 운영한다. 이미 서울 광주 안산 구미 창원 등 5곳에 운영 중이다. 울산에서 가까운 양산시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운영하는 미래디자인융합센터가 2015년 설립돼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디자인 연구사업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선행 디자인 연구를 하고 있다.
울산시가 이제서야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 유치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다. 산업에서 디자인은 제품의 기능을 감각적이고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산업에 의해 형성되는 인간환경의 모든 국면을 포괄하는 종합개념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3대주력산업의 혁신은 물론이고 산업다각화에 있어 가장 절실한 분야가 바로 디자인인 것이다.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 유치가 절실한 이유다. 포럼을 통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반드시 유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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