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정책 이슈가 사라진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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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정책 이슈가 사라진 대선판
  • 경상일보
  • 승인 2021.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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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국 울산과학대 교수·정치학

가장 큰 선거판, 대선의 계절이다. 대선판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척 우울하다. 여당에서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그간 쌓아온 본인의 정책 및 행정적 실적과 추진력으로 선점해 둔 강점이 ‘대장동 의혹’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제1야당의 당내 경선도 정책 논의는 실종되고 온통 자질 논란에 서로 총질해대기만 바쁘다.

희망적으로 본다면야 여야의 본선후보가 확정되면 자연히 정책대결이 가시화되리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의 경우 비전과 정책의 비교를 통한 대국민 설득보다는 대장동 문제에 얽힌 명확히 가리기도 어려워 보이는 도덕성 공격을 본선까지 끌고 가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쌓아오고 선점한 정책 및 집행능력의 신뢰도에 비추어 야권 1, 2위 후보의 그 방면 신뢰도 실적이 크게 열악한 상황에 기인해 보인다.

우선 홍준표 후보는 의원경력과 지난 대선후보 경험 이외에 진주의료원 폐쇄 등 무리한 강경노선만 기억될 정도로 경남지사로서의 정책이나 행정능력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이다. 법률이나 교과서로만 입신한 한국의 ‘고시 맨’들이 민주적 대선 레이스에 등판할 때 정치실전이나 민생현장의 지휘경험으로 내공이 보완되지 않은 경우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매번 보아 왔다. 고발사주 의혹 같이 국기문란의 혐의의 건은 수사상황을 지켜본다 쳐도, 전두환 두둔으로 세간을 들쑤신 윤석열 후보의 최근 사태는 정치경험이나 현장행정을 모르는 이가 역사와 철학도 빈곤할 때 벌이게 되는 참담함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여론판도 1, 2순위의 야당후보가 이런 상태이면 누가 되든 지금처럼 하릴없는 대장동 공방 위주로 본선 레이스가 전개될 공산이 크다. 그리 되면 유권자도 후보자, 당선자 본인도 비전과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토론과 검증의 기회를 잃게 된다. 당장 우리 모두의 안보 및 경제와 관련된 대외정책, 이른바 영끌 현상으로 촉발된 공정사회 및 공정경제 확립대책, 대한민국에 온통 수도권만 남길 듯한 지방 공동화(空洞化) 문제, 팬데믹 일상화가 우려되는 대내외 보건의료 대응책, 물들어 올 때 잘 저어야 할 한류 대응 문화정책 등 거시적 비전과 미시적 정책능력이 교직(交織) 되어야 할 과제들이 한두 가지 아니다. 다 언급할 지면도 나의 식견도 한계가 있으니 지역 균형발전 문제 한 가지만 간단히 짚어 보자.

국가의 근본 정책은 의회의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수도권의 인구팽창 결과로 전국 인구의 과반이 이미 수도권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 결과 국회의원의 지역대표 구성도 수도권 지역대표가 과반을 육박하게 되었다. 비례대표 비율이라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1대1 또는 2대1 정도 된다면 그나마 수도권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위한 개혁은 번번히 좌절되어 왔다.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원내 1, 2당이 늘 그러한 선거법 개혁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론상 국회의원이 아무리 국민(전체) 대표라지만 지역대표로 뽑힌 그들이 수도권의 이익을 위하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에 과연 협조할 것인가.

미국은 워싱턴 D.C.가 수도라는 이유로 지역균형을 위해 설립된 상원의석도 배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박정희 정부의 거점성장전략은 수도라는 이유로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권을 부여하였다. 국무회의의 모든 내용을 유독 서울시장만이 공유하는 특권에다 함께 참석하여 모든 개발 관심사를 서울시장만이 장관들과 공유하고 친분을 쌓는다. 상징적 의미를 뛰어넘는 그런 특권을 누리도록 한 결과가 오늘날 서울을 넘어 인천과 경기로 인구가 넘쳐나게 하더니 마침내 충청과 세종까지 영역을 확대시켰다. 수도권 전철망이 천안을 넘어 온양까지 내려간 지 오래다. 거기에 온갖 도로망이 사통팔달 끊임없이 확충되고 있다. 좋은 대학과 일자리와 문화적 특혜의 향수는 말할 것 없다.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이나 권역 자체의 육성계획만이 다가 아니다. 연방제가 됐든 상원제의 도입이든 국가의 정치역학 구조부터 근본적으로 개혁할 비전과 정책의 검증이 대선 가도에 절실한 문제이다.

유영국 울산과학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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