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우리 삶을 디자인하다-제5회 울산건축문화제]집은 고요한 침묵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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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우리 삶을 디자인하다-제5회 울산건축문화제]집은 고요한 침묵의 안식처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27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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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바라간 대표작 ‘바라간하우스’의 공간들. 거실

울산광역시건축사회(회장 김원효)가 주최하는 제5회 울산건축문화제가 11월11일~14일까지 태화강국가정원 왕버들마당 일원에서 펼쳐집니다. 본보는 울산건축문화제를 전후해 해마다 도시문화를 건축적 시각에서 바라 본 기획물을 게재해 왔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3명의 건축사들이 우리 사는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고 정리한 글을 연재합니다.
 

▲ 루이스 바라간 대표작 ‘바라간하우스’의 공간들. 계단
▲ 루이스 바라간 대표작 ‘바라간하우스’의 공간들. 계단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일상전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단계를 밟다보면, 새로운 일상이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원래 떠나기 직전이 가장 설레는 법. 설레는 마음으로 예전 멕시코 건축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삶의 지표가 될 또다른 여행길을 구상해 본다.

멕시코의 연평균기온은 18℃ 내외다. 강렬한 태양과 건조한 기후, 낮 동안의 햇빛에 의해 실내의 온도가 상승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의 벽은 대체로 두껍고 기하학적이며 육중하다. 벽 표면의 마감은 두꺼운 플라스터로 돼있어 견고하면서도 뚜렷한 질감을 나타낸다.

멕시코 출신의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은 ‘20세기 건축의 거장’ 중 한 명이다. 토목기사로 출발해 1924년 18개월 동안 유럽여행을 거친 후 과달라하라에서 건축설계를 시작했다.

그는 멕시코 전통색인 분홍, 노랑, 황토빛, 코발트블루에 멕시코 자생식물인 부겐빌리아, 하카란다의 꽃색을 이용해 주변환경과 조화로운 색채계획을 세웠다. 건축물의 실내외에 사용함으로써 공간의 연속성과 통일감을 이뤘다. 다만 하나의 벽에는 단일 색을 사용해 단순하고 간결한 공간 이미지를 연출했다.

▲ 루이스 바라간 대표작 ‘바라간하우스’의 공간들. 옥상
▲ 루이스 바라간 대표작 ‘바라간하우스’의 공간들. 옥상

루이스 바라간의 대표 작품으로 멕시코시티 타쿠바야에 위치한 ‘바라간 하우스’가 있다. 1947년 설계한 뒤 그가 실제로 거주했고, 이후 2004년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건물 외관은 주변 거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도로에 접한 치자색 현관문으로 들어가면 외부로부터 프라버시를 보호하듯 가늘고 긴 통로를 지나게 된다. 이후 몇 단의 계단을 올라가서야 드디어 현관홀을 만난다.

로즈핑크색 벽이 정면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전화 테이블이 있는 계단 옆 코너는 정말 ‘유명한 공간’이다. 계단 위쪽 창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로즈핑크색 벽면에 반사되며 공간 전체가 매혹적인 빛으로 채워진다.

현관홀의 우측을 지나면 소파와 책장이 있는 거실이 나온다. 커다란 고정 유리창엔 십자가 형태의 금속 프레임이 있다. 기도대와 비슷한 모양의 독서대도 있다. 거실과 정원은 작은 전실을 통해 출입이 가능하고, 서로의 공간을 보호해 주는 듯 하다. 옷방을 지나 좁은 계단을 오르면, 로즈핑크색의 높은 벽으로 이뤄진 옥상 테라스에 당도한다.

그 벽은 멕시코의 강렬한 햇빛을 받고 있는 초록색 식물과 색채 대비가 선명하다. 실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속돼 마치 무대 준비실에서 야외무대로 등장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안광옥 이룸건축사사무소 건축사
▲ 안광옥 이룸건축사사무소 건축사

루이스 바라간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독서와 명상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수도승 같은 삶을 살며 “나는 언제나 공간에 평온을 만들어내려고 했다”고 한다. 그에게서 공간의 중심은 마음의 안정과 평온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 ‘집은 육체뿐 아니라 마음이 편히 살 수 있는 장소, 자기 자신과 곧바로 만나는 장소, 고요한 침묵의 안식처’라고 말했다. 우리는 항상 자연, 시간 등 다양한 모습의 공간을 이야기한다. 그 곳에 여러 요소를 담아 많은 것을 표현하려 한다.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것, 우리가 공간에 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채우고, 비우는 반복된 과정이 우리의 공간을 완성한다. 건축사는 그 과정을 알려주는 조언자가 아닐까한다. 공간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때까지. “이 곳에서 ‘노스텔지어’를 느끼시길….”

안광옥 이룸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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