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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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
  • 경상일보
  • 승인 2021.10.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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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지난 10월24일자 세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최근 발간된 한국국방연구원의 보고서에서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적어도 수십발 이상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탄두를 투발수단에 탑재하는 데 어떤 제한사항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작전 운용에 접어들었다. 북한이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은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렇게 하여야만 ‘공포의 균형’이라도 유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주장도 우리 스스로 핵개발을 하자는 주장은 아니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술핵을 우리나라에 있는 미군에 배치해 달라고 하자는 것이다.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사람도 지속적으로 그런 주장을 반복하면서 대선후보토론에서도 이를 공론화하고 있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전술핵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전술핵은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운반 수단의 사정이 짧고, 폭발 위력이 작은 핵무기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전술핵은 지상 발사의 미사일이나 핵포탄·핵지뢰, 해양 발사의 미사일이나 핵어뢰, 공중 발사의 미사일이나 핵폭탄이 있다고 한다. 전략핵이 한 도시를 파괴할 파괴력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면, 전술핵은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군사적 목표물의 파괴에 집중하는, 파괴력이 약한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미군 부대에도 정전협정 이후 많은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적이 있다고 한다. 다만, 북한의 핵개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그 동안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고’ 비밀에 붙여져 왔는데, 냉전시대 이후 미국과 구소련 사이의 핵무기 감축 혹은 폐기 협정 등에 따라서, 우리나라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는 전량 반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의 몇 개 나라에는 지금도 러시아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나토군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까, 우리나라 미군 부대에 다시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자고 하는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에 의하면 미국은 냉전 이후 핵무기 감축 혹은 폐기 과정에서 폭격기에 실어서 공중발사하는 핵폭탄 이외의 전술핵은 모두 폐기하였고, 공중발사 핵폭탄의 경우 그 파괴력이 이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배 수준까지 달하기 때문에, 작은 핵무기라는 이미지를 가진 전술핵은 더 이상 미군에게는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전술핵’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것은, 작은 핵무기 정도야 배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전술핵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그 동안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견지하여 온 한반도 비핵화에는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미군 부대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순간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도 없어진다. 한반도 비핵화가 남북한 모두를 핵무기로 중무장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임은 설명이 필요 없다.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지 않는데 한반도 비핵화가 무슨 소용이냐는 반박도 있을 수 있으나, 현재는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을 할 때이지, 나쁜 짓에 나쁜 짓으로 대응할 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 미군부대에 전술핵을 갖다 놓더라도 우리나라가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지금은 전시작전권도 우리나라에게 없다. 어차피 미국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고, 괌기지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핵폭탄을 싣고 한반도로 출격하는데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데, 굳이 우리나라 영토 내로 핵무기를 반입할 필요가 있겠는가?

미중의 경쟁 속에서 미국이 먼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다 놓으려 해도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것이 미중 대립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키고 우리의 살 길을 찾는 길이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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