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미술도시, 울산!]코로나 불황에도 ‘예술작품 관리’ 특권이자 임무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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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미술도시, 울산!]코로나 불황에도 ‘예술작품 관리’ 특권이자 임무 엄수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1.01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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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년 이상 닫혀 있던 런던의 미술관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진은 리졸리의 ‘최후의 만찬’과 함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타데이 톤도’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 가을이었다. 해외의 여러 문화예술 기관들이 경영의 어려움에 놓였다며, 특히 도시 전체가 셧다운 되다시피한 영국 런던의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영국왕립미술원인 로열아카데미가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을 매물로 내놓을 것 같다는 보도였다. 당시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왕실의 명망있는 미술원이 과연 소중히 간직했던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팔 것인지,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경영악재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인을 감축할 것인지를 두고 잔인한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 관람객들의 자유로운 감상을 위해 사진촬영이 자유로운 작품들도 보인다.
▲ 관람객들의 자유로운 감상을 위해 사진촬영이 자유로운 작품들도 보인다.

해당 작품 제목은 ‘타데이 톤도’(Taddei Tondo). 성모, 아기 예수, 아기 세례 요한이 둥근 석조판 앞면에 부조로 조각됐다. 톤도란 둥근 형태의 그림이나 조각을 말한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거의 끝낸 시기, 즉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로마로 가기 전 작품이라 1504년 경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너무나 바빴던 미켈란젤로는 이를 완성하지 못했고,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주문한 타데오 타데이라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은 흡족해했고 기꺼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한다. 피렌체의 타데이 성에 보관되던 조각품은 19세기 초 영국의 귀족에게 팔렸고, 이후 로얄아카데미에 기증됐다. 미완의 조각품이지만 거장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 약 1억파운드(약 1504억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수많은 예술가와 관람객에게 영감을 준 작품에 대해 ‘판매’라는 말이 나온 것은 모두 코로나 때문이었다. 다른 예술기관과 마찬가지로 로열아카데미 역시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직원들을 실직의 불안감으로부터 구하려면 작품 판매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우려가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 로열아카데미는 기존의 고전적 소장품들이 여전히 잘 보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현존하는 동시대 작가중 최고의 작품가격을 호가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특별전도 마련하고 있다.
▲ 로열아카데미는 기존의 고전적 소장품들이 여전히 잘 보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현존하는 동시대 작가중 최고의 작품가격을 호가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특별전도 마련하고 있다.

딱 1년 만인 지난 달, 미술관 취재를 위해 런던을 방문하게 되면서 일정에 없던 로열아카데미를 일부러 들렀다. 그곳 2층에는 유럽의 서양미술사 중 빼놓을 수 없는 명작들을 따로 모아놓고 있다. 영화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최후의 만찬’이 그 곳에도 있다.

예수와 열두제자가 등장하는 ‘최후의 만찬’은 보통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만 알려져 있다. 사실이다. 다만, 어느 수도원의 벽화로 그려진 그의 만찬 그림은 습기와 공기로부터 안전하지 못했고 부분부분 부식될 수밖에 없었다.

로열아카데미에서 본 만찬 그림은 지오바니 피에트로 리졸리가 그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1498년경)을 모사해 1520년 경에 그렸다고 한다. 다빈치의 원본 그림에서 천장과 바닥 부분을 줄이는 대신 원작에서 지워진 식탁 아래 예수와 제자들의 신발과 발을 선명하게 남겼다. 게다가 처음부터 액자용 그림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원작인 벽화에 비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타데이 톤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리졸리의 만찬 그림 바로 옆, 거리로 난 창문 옆에 그대로 걸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수많은 명작들 속에서 보통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자리에 놓여있으나, 코로나 이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언론의 한 줄 기사 때문에 유난히 작품을 보러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로열아카데미는 1년 전에도 “소장한 어떠한 작품도 판매할 계획이 없다. 우리는 특별한 예술 작품의 관리자로서의 특권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현재와 미래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작품을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밝힌 바 있고, 그들의 약속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걸 시민들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 로열아카데미 출입구 앞 작은 광장.
▲ 로열아카데미 출입구 앞 작은 광장.

런던은 이미 지난 여름 이후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이 완화됐다. 11월1일 시작되는 우리의 단계적 일상전환이 이미 그 곳에선 시행중이었고, 로열아카데미 방문객 수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듯 했다. 6개월 이상 닫혀있던 미술관이 다시 손님을 맞이하게 되면서 로열아카데미는 기존의 고전적 소장품들이 여전히 잘 보관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현존하는 작가 중 최고의 작품 가격을 호가하는 데이비드 호크니(1937~)의 최근 작업까지 함께 보여줬다.

지난 8~9월 단 2개월의 특별전으로 기획된 이 전시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구순을 바라보는 호크니가 노르망디의 작업실에 칩거하며 액정 화면으로 완성한 그림 작업을 종이로 확대인쇄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은 ‘노르망디 봄의 도착’. 세계적인 유행병이 창궐한 지 꼭 1년 만에 마련한 전시회에서 호크니는 자연계의 끊임없는 재생과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전통적 캔버스 대신 소통과 교류를 대변하는 IT기술로 완성해 보여줬다. 총 116편의 작품마다 낙천적인 작가의 성품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새로운 지구촌, 포스트 코로나의 자연을 찬양하는 듯 했다. 코로나 속 조심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호크니의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은 줄을 이었다. 시간대별 방문객 숫자를 체크하는 예약 사이트는 오픈 이후 두 달치의 일정이 매회 조기마감 됐다. 새로운 영감과 창조의 열정은 2년여 코로나의 암흑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졌고, 이를 대면하는 소중한 기회가 이제 곧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돌아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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