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울산공항 미래, ‘답정너’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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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울산공항 미래, ‘답정너’는 안 된다
  • 이춘봉
  • 승인 2021.11.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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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봉 사회부 차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던진 울산공항 존폐 화두가 지역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송 시장의 발언 후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진화는커녕 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송 시장은 지난 9월 울산의 광역교통망 확충 현황을 발표하면서 브리핑 말미에 울산공항 문제를 제기했다. 광역철도망이 구축되면 가덕도신공항과 대구통합신공항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만큼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속에 위치한 울산공항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파장은 컸다. 국제화 시대 항공 교통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하는 상황에서 자칫 공항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우려한 탓인지 송 시장은 기자회견 내내 당장 울산공항을 옮기거나 폐항하자는 것이 아니라, 확장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자는 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송 시장 발언의 취지를 폐항으로 못 박고 즉시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송 시장은 이후 추가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견을 모으자는 취지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울산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울산공항 존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항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시당의 확장안 대선 공약 채택 요구에 힘을 실었다.

울산공항 논란이 대선 정국을 미리부터 달구고 있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단순한 논쟁 수준을 넘어 정쟁화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송 시장은 울산공항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했는데, 현재 진행 중인 과정은 송 시장의 발언에 정확히 부합한다.

울산시는 야음지구 개발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갈등이 불거지자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전체 시민이 아닌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공론화인 갈등영향분석 용역을 진행했다. 야음지구 개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시민은 자칫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울산공항 논란은 모든 시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대한 논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답정너’다. ‘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으로, 결국 자신의 의도에 맞는 답만 듣겠다는 신조어다. 취재 과정에서 시 고위층 상당수가 울산공항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속에 위치해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만큼 폐항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시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의 생각이 이렇다면 폐항을 염두에 둔 논의라는 반론에 힘을 실어줄 소지가 다분하다.

시는 항공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용역사가 발주기관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역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폐항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송철호 시장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적의 대안을 찾는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공정한 논의를 통해 나온 결론이 폐항이라면 시민들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답정너’식의 결론은 곤란하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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