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영어? 너두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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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영어? 너두 할 수 있어!
  • 경상일보
  • 승인 2021.11.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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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민 남목초 교사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초등학교가 우리와 국제교류를 하겠다고 화답을 했다. 그 때부터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일이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우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선생님과 전자우편을 통해 국제교류의 흐름을 정리했다.

첫째, 서로의 학교생활과 문화를 담은 동영상 교환. 남목초 5학년2반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대한민국의 문화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넘겨주고 우리도 상대 국가의 학교생활과 문화가 담긴 영상을 받기로 했다. 둘째,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물품이 담긴 Culture box(문화상자) 교환. 문화상자를 만들어 국제우편을 통해 주고받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어떤 물건을 상자에 담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아이들은 여자한복과 남자한복, 한옥을 만들 수 있는 3D퍼즐, 백두산과 한라산을 상징하는 백산수와 삼다수, 불닭볶음면, 전통놀이도구(제기, 딱지, 공기, 윷),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 들을 상자에 담고 싶다고 했다. 셋째, ZOOM을 활용한 비대면 만남. 총 세 가지의 방식으로 문화교류를 기획했다.

아이들에게 문화박스에 넣을 편지를 영어로 쓰라고 과제를 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네? 영어요? 저희 영어 못해요….” 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들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마주하자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영어바보’로 지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20년 나는 ODA사업으로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파견을 갔었다. 교실영어, 교수영어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아프리칸 억양이 섞인 영국식 영어는 도통 적응이 되지도, 친근해지지도 않았다. 계속해서 주눅이 들었다. 어느 날 내가 근무하던 보츠와나 깡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주말에 수도에 내려가 친구들을 만날 생각이던 나에게 “Safe journey!”라고 경쾌하게 말했다. 세이프 제니라…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선은 알아들은 척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들은 대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세이프는 안전이라는 뜻일 테고… 제니는 뭐지?” 네이버 어학사전에서는 제니를 암당나귀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아! 세이프 제니 안전한 암당나귀! 수도로 차를 몰고 가면서 도로에 서 있는 암당나귀를 치지 말라는 거구나. 안전운전을 하라는 뜻이군!” 다음날 나는 수도까지 가는 410㎞의 도로에 수두룩하게 서 있는 암당나귀와 소떼 그리고 야생타조들을 치지 않게 조심하며 수도로 내려갔고 안전하게 다시 돌아왔다. Safe journey-안전한 여행이 되라는 말이었는데. 어찌 되었든 안전하게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국제교류수업을 기대하면서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음을 다하면 어떻게든 대화는 통하고 우리는 다른 나라 학생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이다.

김보민 남목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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