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뿌리산업,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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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뿌리산업,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1.11.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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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뿌리산업은 말 그대로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되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말이다. 자동차·조선·IT 등 다른 산업의 제조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되며, 여기에는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기술 분야가 포함된다.

제조업에서 뿌리산업은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조선 산업을 보면, 가혹한 해양 환경에서 부식을 막고 연비를 절감해 선박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기술이 바로 표면처리 기술이다. 즉, 울산지역 뿌리기업의 경쟁력이 곧 울산 제조업의 경쟁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과 일본 등 세계적인 제조 강국은 이러한 높은 수준의 뿌리기술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뿌리산업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뿌리산업은 흔히 3D업종으로 취급되며 그 역할과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고 한편으로는 기업의 영세성과 경제성장의 둔화로 성장이 정체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 특성상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력 비중이 큰데,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동일 임금에 업무 환경이 더 나은 기업으로 이탈하고 있는 추세여서 현장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기술 인력의 고령화, 신규 인력의 부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뿌리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고사에 보면 ‘절전지훈’(折箭之訓) 이라는 말이 있다.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뿌리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2020년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뿌리기업의 기능직과 노무직 이직률은 각각 9.5%, 11%로 연구직(4%), 기술직(5.2%)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고급 기술 인력과 신규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 환경과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한편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2%로, 뿌리기업들이 R&D 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D 투자를 과감히 하여 고정밀·고효율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울산 방어진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조선해양 뿌리산업 특화단지(108개사)로 신규 지정되었다. 울산시로서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밀집한 북구 매곡 자동차부품공단(2014년, 32개사) 일대와 비철금속 업체가 많은 온산공단(2014년, 24개사) 일대를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받은 것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이번 방어진 뿌리산업 특화단지에는 2025년까지 총 사업비 2775억 원이 투입되어 울산형 뿌리 4.0 혁신 주도를 위한 생태계 조성, 뿌리기업 업종·제품 전환 지원체계 구축,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과 보급 확대, 울산 뿌리산업 네트워크 강화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뿌리산업 보호와 뿌리기업 지원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뿌리기업 첨단화 지원 사업, 공정기술 개발사업, 전문기업 육성사업 등 기업지원과 외국인 근로자가 뿌리기업에 6년 이상 근무 시 근무경력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력고용 우대정책도 펼치고 있다. 나아가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이 되면 R&D 지원, 수출기업 지원 등 사업선정 평가 시 가점을 받을 수 있고, 병역자원 등 인력 공급 부분에서도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제조업의 과거와 현재는 늘 뿌리산업과 함께했다. 끊임없이 물과 영양분을 찾아 공급하여 풍성한 곡식과 달콤한 열매의 결실을 맺는 뿌리처럼, 정부의 지원정책을 잘 활용하며 뿌리기업 스스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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