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그룹은 울산 1호 향토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덕산하이메탈로 시작됐다. 현대중공업 공채 1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준호 회장은 1982년 37세의 나이로 창업해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덕산하이메탈을 시작으로 소재산업의 한길을 걸어왔다. 이 회장의 집무실에는 ‘소재산업 입국, 그 중심기업 덕산’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고 한다. 덕산은 창립 39년 만에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이 회장의 인재중심 경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 회장은 2017년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인재육성에 각별한 지원을 해왔다. 이번 통 큰 기부도 그 연장선이다.
거액의 기부라는 것 못잖게 이회장이 기부를 결심한 순수한 동기에도 눈길이 간다. 그 매개체는 이용훈 총장이 펴낸 ‘퍼스트 무버 유니스트(FIRST MOVER, UNIST)’라는 책이다. ‘울산의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이 회장은 이 책에서 “창업을 하는 목표실현에 유효한 문제해결식 교육을 제공하면서 매년 50개 이상의 학생 창업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학생창업 붐을 조성하겠다는 이 총장의 생각”을 읽고서 UNIST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줄탁동시’다. 알속의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기 위해 껍질을 쪼는 것과 동시에 어미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주어 닭의 탄생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물론 이 같은 기부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이 병아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닮았다.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는 21일이라는 시간동안 어미가 품고 있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 관련 많은 연구를 해온 UNIST는 2011년부터 12차례에 걸쳐 덕산그룹과 공동연구개발 및 기술이전으로 인연을 이어오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지역대학의 지역기업 기술지원에서 지역기업의 지역대학 교육지원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동반성장이 지역사회에 널리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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