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예산 1000억원 시대, 구호보다는 효과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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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년예산 1000억원 시대, 구호보다는 효과가 더 중요하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11.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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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에 ‘청년예산 10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에 따르면 내년도 청년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7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85억원에서 무려 83.9%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50만원씩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도 들어있다. 송 시장은 “일자리 창출과 주거안정 등 맞춤형 청년정책을 펼쳐 탈울산을 막고, 울산을 ‘활기 넘치는 청년도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산의 청년문제는 단순히 ‘청년예산 1000억원 시대’ 같은 구호성 정책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물론 예산이 넉넉하다면야 이런 저런 정책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예산이라는 것은 늘 쪼달리고 부족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현금 살포’에 가까운 청년수당을 내년부터 지급하겠다고 하니 의아한 생각이 먼저 든다. 청년들의 탈울산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그 정도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현금 퍼주기’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울산시가 내년에 청년예산으로 시행할 사업은 5대 분야 76개 세부 사업이다. 일자리 26개 사업 152억원, 주거 12개 사업 503억원, 교육 12개 사업 308억원, 복지·문화 18개 사업 103억원, 참여·권리 분야 8개 사업 10억원 등이다. 이 중에서 청년수당은 경기도 지역 외에서 처음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금 지원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을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교육·주거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울산의 가장 큰 청년문제는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에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많은 청년예산을 투입해도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안된다. 이는 그 동안 많은 연구기관과 공공기관들이 연구성과물로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울산 청년들에게 1인당 연간 50만원을 지원해준들 어떠한 효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청년문제는 각 지자체마다 가장 시급히 해야할 선결 과제임에 틀림없다.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살고 있고, 엑소더스를 방불케하는 청년들의 상경이 줄을 잇는다. 울산상공회의소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최근 펴낸 ‘울산지역 청년층 유출방지를 위한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보면, 울산의 전체인구 대비 청년 인구 비중이 2011년 37.7%에서 2020년 31%로 6.7%p 줄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는 청년예산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현금 퍼주기’는 재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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