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연댐 수위조절에 의한 암각화 보존방안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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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연댐 수위조절에 의한 암각화 보존방안은 철회돼야 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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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이십여년 동안이나 표류하던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이 지난달 결정됐다. 울산시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사연댐의 높이를 거의 바닥까지 낮추고, 3개의 수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필자는 오랫동안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은 되레 암각화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고 반대했었다.

이 결정은 10월29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문화재청, 울산시 등 관계기관과 가진 국가현안안전점검회의에서 이루어졌다. 문화재청이 실질적인 보존노력은 하지 않고 오로지 세계문화유산등재만을 위해 울산시에 댐수위를 낮추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을 수용한 결과이다.

암각화가 훼손될 수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연중 약 6개월동안 물속에 잠겨있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홍수시 일시적 수위상승에 의한 침수와 빠른 유속으로 암각화가 직접 침식과 세굴이 되는 것이다.

사연댐을 낮추게 되면 울산시민에게 공급되던 깨끗한 물이 하루 5.5만t 감소하게 되고, 여름 홍수시에는 댐의 홍수조절능력 상실로 인해 시가지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감소되는 물 확보를 위해 소요되는 수천억원의 비용과 홍수시 시민들이 입게 되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한다고 해도, 홍수시 수위상승으로 침수되는 암각화주변의 빠른 물살에 의해 암각화가 보존은커녕 오히려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면, 이런 결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문화재청은 사연댐을 낮추어 암각화가 노출되더라도, 홍수시 일시적 수위상승으로 인한 침수와 빠른 물살에 의해 암각화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철저하게 무시했고, 울산시도 물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본다.

지난 3월 울산시는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10월1일 한국수자원학회 주관의 제30회 통합물관리포럼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시 물문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200년빈도 홍수시에도 EL.53~57m에 위치한 암각화가 거의 물속에 잠기지 않고 최소한의 울산시 물공급을 할 수 있도록 사연댐의 여수로를 EL.60m에서 EL.47m로 낮추고, 그 위에 폭 15m 높이 6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홍수시 빠른 유속에 있다. 200년빈도 홍수시 암각화주변의 수위가 55.26m이고 실제로 암각화면에 직접 작용하는 유속이 4.39㎧에 달한다. 심지어 수시로 발생하는 2년빈도 홍수시에도 암각화가 침수되고 그때 유속이 2.64㎧로 나타난다. 더구나 암각화가 위치한 곳은 물의 흐름이 원심력에 의해 집중되는 ‘수충지’여서 실제로 작용하는 유속은 제시된 유속보다 더 크게 된다. 건설교통부 하천설계기준상에도 하천의 호안이나 제방법면 설계시 유속이 3.0㎧이상일 때, 특히 수충지에서는 빠른 유속에 견딜수 있는 보강공법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빠른 유속에 의한 침식과 세굴로 인해, 암각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훼손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포럼에 참석했던 토론자들도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것 보다 암각화주변의 수리현상에 대해 더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천수리학자 백중철교수는 ‘댐을 낮출 때, 암각화주변에 형성되는 빠른 유속에 의한 암각화의 훼손가능성이 물속에 잠겨있을 때 보다 4~5배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수리기술학과 정용재교수는 ‘암각화가 침수되는 기간도 중요하지만, 암각화표면에 직접적인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물의 유속과 부유물에 의한 표면손상위험도에 대한 예측연구를 통한 최적 방안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러한 수리현상에 의해 세굴과 침식이 발생된 증거가 암각화 부근에서 관찰된 바 있다. 2003년 울산시의 ‘암각화 보존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연댐 건설 후 암각화 바로 위의 댐만수위인 EL60m 부근에서 빠른 유속에 의해 암면이 직접 세굴과 침식이 된 현상이 나타나 있다.

결론적으로, 암각화를 훼손시킬 수 있는 두가지 원인, 즉 ‘물속에 잠기는 것과 빠른 유속에 의한 세굴 및 침식’ 중에서 단지 물속에 잠겨있는 침수시간 단축에만 근거하여 결정된 ‘사연댐 수위조절 및 수문설치’에 의한 보존방안은, 댐기능 상실로 울산시의 물 문제와 홍수발생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암각화의 안전 조차도 보장하지 못하는 방안이므로 취소돼야 한다.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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