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타임(Golden Time)’이란 생명 보전과 재난확산 제어를 위해 대응해야 하는 한계 시간이다. 각종 출동 시 골든타임 확보는 중요한 요소이다. 화재는 7분, 구급은 심정지 등 응급환자의 소생률 향상을 위한 시간인 4~5분을 말한다.
2020년 전국 기준 하루 평균 1만1077건의 화재, 구급 등으로 소방대원들이 출동한다. 소방대원들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으로 신속히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골든타임 내에 현장도착이 쉽지 않다. 사이렌 소리에도 소방차가 신속히 움직일 수 없는 도로 상황과 곳곳의 불법 주·정차로 도착시간이 지연돼 종종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한다. 제한된 도로 여건에서 소방출동로 확보를 위해서는 ‘모세의 기적’과 같은 시민들의 양보와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울산에서도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 순간들이 있었다. 지난 2015년 북구의 한 터널 내에서 6중 추돌사고 당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운전자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차선 양쪽 벽으로 비켜서기 시작했다.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길이 열렸고, 이 때문에 구급차는 골든타임 내 현장에 도착하여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또 2016년에는 노란 헬멧을 쓴 ‘오토바이 천사’가 등장해 도로 위 자동차 문을 두드리면서 양보를 유도했고 덕분에 위급한 임산부가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방차는 오늘도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도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무관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교차로, 일방통행로,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하면 되고, 편도 2차선에서는 2차로로 양보하면 된다. 또한 편도 3차로 이상 도로의 경우 긴급차량이 2차로로 진행하고 일반차량은 1차로 또는 3차로로 양보 운전해야 한다. 이처럼 긴급차량 접근 시 양보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내 가족과 이웃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소방관서에서는 매년 11월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이 되면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및 불법 주정차 근절 홍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방출동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TV,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긴급차량 양보에 대한 시민의식이 많이 개선 됐지만, 여전히 사이렌 소리에 무감각한 차량이나 소방차 전용도로에 주차된 차량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모세의 기적’과 같은 소방차 길 터주기는 한 순간의 기적이 아닌 일상이 돼야 한다. 각종 화재와 응급상황이 나와 내 가족에게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선택이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소방 차량 양보를 통한 성숙한 시민의식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황권두 울산중부소방서 지휘조사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