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포스트 코로나 시대 물가의 향방
상태바
[경상시론]포스트 코로나 시대 물가의 향방
  • 경상일보
  • 승인 2021.12.03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지금 경제대국 미국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한데 이어 급기야 10월에는 6.2%로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올라갈수록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0% 초반대로 떨어졌는데 응답자의 절반은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답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유가가 80달러대를 넘나들자 바이든 정부는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플러스에 석유증산을 요구하는 한편 5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하고 한국,중국,일본,영국 등 주요국에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 다른 한편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물가안정을 강조하였다.

그래서일까? 파월 미 연준의장은 최근까지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하였는데 오미크론 공포가 시장을 뒤덮은 상황에서도 11월30일 상원, 12월1일 하원에 출석하여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지속되었고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도 증가하였다고 언급하면서 더 이상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며, 자산매입 규모 축소 속도를 높여 몇 개월 일찍 자산매입을 종료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이달 FOMC회의에서 논의해야 할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로써 미 연준이 내년 상반기중 자산매입을 중단하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인플레이션은 비단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가 우려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여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11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10년만에 최고치를, 유로존은 1997년 창설이후 가장 높은 4.9%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이처럼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코로나 확산에 따른 봉쇄로 소비가 억제되어 저축이 늘어난 상황에서 백신접종 확대, 치료약 개발 등에 힘입어 경제활동 재개가 빨라지면서 보상소비가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한다. 아울러 각국 정부가 대규모 현금지원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민간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였고 정부지출을 확대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다.

공급측면에서는 공급망 붕괴에 따른 병목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로 세계 곳곳의 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하거나, 차량용반도체 처럼 공장증설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생산이 수요급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함에 따라 원자재를 중심으로 제품가격이 급등했다. 중국이 석탄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우리나라에 요소수 가격 급등을 촉발하는 경우도 일어났다. 또한 물동량 증가로 선박, 트럭 등 운송 수단이 부족하고, 항만 하역작업도 지연되면서 공급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는 그린플레이션이 물가상승의 한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가령 중국정부가 탄소피크 달성을 위한 에너지사용을 통제하여 공장가동이 줄어들면서 원자재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기도 하였다.

최근까지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다수 학자들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왔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수요·공급이 안정화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렇지만 물가에 대한 미 연준의 인식이 바뀌고 있듯이 물가 불안요인이 임금상승, 주거비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경기상승세가 꺾이는 가운데 물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슬로우플레이션 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서비스 확대, 경제의 디지털화 및 자동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등 구조적인 저물가 요인들은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분적인 물가상승이라도 다수 경제주체들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예상하기 시작하면 자기실현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깊은 고민과 소통이 긴요한 시점이다.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