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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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아이가”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2.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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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중구평생학습관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2일 중구컨벤션에서 연극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공연을 갖고 있다. 김경우기자

“‘배우’가 될 줄 꿈이나 꿨겠나. 우리끼리는 그란다. 맘먹고 배우다보니 ‘배우’까지 됐다고!”

2일 오전 10시30분 울산중구컨벤션. 80대 할머니들이 연극 데뷔 무대에 올랐다. 얼굴 가득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웬만한 일에는 끄떡없던 강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큐’ 사인을 보고 대사를 읊기 시작하자 걱정은 사라지고 마음 속에 용기가 솟아났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여서 그랬던 것 같다. 한 사람 대사가 끝나면 다음 사람 대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수개월 간 반복해서 읽고, 쓰고, 머릿속에 새겨넣은 이야기들이 자신도 모르게 술술 흘러나왔다.

무대에 오른 이는 울산중구평생학습관 ‘팔순에 배우되다’ 수강생들. 그들이 보여준 연극은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였다. 모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대본이 만들어지다보니 내레이션을 하는 내내 지난 몇년 간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해 한평생 글자를 모르고 살아온 일, 울산중구평생학습관에서 가나다라 한글을 배우자고 마음먹은 일, 그렇게 배운 글로 책을 읽고 편지를 썼을 때의 감동, 내친 김에 대본을 만들어 연극까지 도전하게 된 사연이 대사 속에 모두 담겼기 때문이다.

‘늦깎이 배우’들의 무대는 30분만에 끝났지만 연극이 끝난 뒤 쏟아진 갈채는 꽤 오래 이어졌다. 할머니들은 “대사를 잊어버릴까봐 노심초사했다” “새 공부방이 또 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지영 울산중구평생학습관장은 “할머니들의 도전은 울산시 구군평생학습 지역특화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제목처럼 우리 모두는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를 살고있다. ‘평생학습’에 도전하는 사람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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