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집값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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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집값 유감(有感)
  • 경상일보
  • 승인 2021.1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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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매년 12월1일부터 15일까지 사이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필자는 1주택을 아내와 공동으로 2분의 1씩 소유하여 부과받지 않았지만 아내는 같은 집의 2분의 1 지분외에 2년전 상속받은 주택의 5분의 1지분(지분 공시가격이 3억원을 조금 넘는다)을 소유하고 있어 작년과 달리 이번에 종합부동산세를 고지받았다. 주택 공시가격 상승 때문이다. 상속 주택의 지분 20%이하를 소유하나 그 지분 공시가격이 3억원이 넘어 조정지역내 2주택자가 된 것이다. 아내의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은 조세 저항의 작은 풍경이다.

‘종부세 작년보다 3배, 대상자 94만명으로 1년만에 42% 늘었다. 수천만원 넘는 종부세에 은퇴한 아버지 잠 못든다’ 등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올라 세액과 부과대상자가 늘어난 결과다. 종합부동산세는 다주택자나 고액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로서 조세 형평을 기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실현이익의 과세라거나 징벌적 과세라는 논란이 있는 세금이다.

주택 가격의 상승은 소유자의 재산 액수가 증가하는 반면 보유세금이 늘어나고 전월세 가격을 높여 전세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거주 목적의 주택 소유자나 전세입자가 각종 세금이나 전세금 등 주거 비용이 높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통계에 의하면 무주택가구가 40%를 넘는다. 무주택자는 힘들다. 필자도 30년이 넘었지만 전세금을 1년만에 30% 가까이 올려달라는집 주인의 요구에 동분서주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임대계약기간이 통상 1년이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보증금 인상 제한 조항은 강제되지 않았다.

젊은 층에서 높은 집값 때문에 집 소유를 아예 포기하거나 소위 ‘영끌’로 주택을 구매한다는 이야기나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유쾌하지 않다. 20여차례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던 정부도 3기 신도시 건설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오르는 집값에 속수무책인 것 같다. 기본소득 재원을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이나 종합부동산세를 손보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집값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은 공산품과 달리 수요의 증가에 따라 공급을 바로 늘릴 수 없지만 주택 가격의 지나친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수요에 맞춘 다양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시장 논리에 맡길 것인지 정부가 주도할 것인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먼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대도시 인근 지역보다는 선호지역인 도시내 지역이나 교통 중심지 등에 주택이 늘어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도심을 고층화하고 재개발과 재건축이 쉽게 이루질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현재 추진중인 수도권 인근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은 공급량 증가의 효과는 있겠지만 수도권 비대라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따라서 지방의 거점지역 5~6군데를 선정하여 서울의 명문대학 5~6개를 그곳에 이전하고 인구 50만 내지 100만명 정도의 경제, 교육, 문화, 공공의 인프라가 갖추어진 자족적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의 증가와 더불어 국토의 균형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세 부담의 실질적인 형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실소유자들이 소득 수준에 맞게 주택 소유가 가능하도록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취득, 보유, 양도 단계의 세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고 설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주거의 보장은 행복한 삶의 조건이다. 질 높은 주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므로 공공주택이건 민간주택이건 충분한 공급이 필수적이다. 평생 성실하게 일하여 마련한 1주택자들이 예기치 않은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한숨짓는 일이 없도록 해 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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