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겨울철 다중이용업소 화재사고는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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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겨울철 다중이용업소 화재사고는 방지할 수 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12.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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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영 울주소방서장

얼마 전 고3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쳤다. 힘든 수험생활을 마친 그들에게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수능이 끝나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매년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1999년 6월 29명의 사상자를 낸 씨랜드화재, 같은 해 10월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호프집화재, 2014년 2월 214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사고를 살펴보면, 모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었다는 점, 사고 피해자들이 위기대응력이 부족한 청소년이라는 점, 건물 관계자의 안전불감증으로 초기대응에서 실패했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이 있다.

사고는 특정 계절이나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겨울철 방학이나 졸업시즌과 같은 시기적 사고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호프집이나 노래방 등에 방문할 경우 최소한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 등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는 능동적인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좁고 미로 같은 피난로의 구조 및 연기에 의한 가시거리 제한으로 피난이 곤란하기 때문에, 비상구 상단에 설치되어 있는 초록색의 유도등을 각별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화재발생 시 각종 유독가스가 발생해 질식으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하므로, 자신의 호흡기를 보호하고 외부로의 신속한 대피가 중요하다.

옥내소화전과 소화기의 사용법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옥내소화전은 화재 초기진화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데, 물론 대피가 최우선이지만 만약 초기에 화재를 진화한다면 화재상황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들 소방시설은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설치가 되어 있어 주위에 흔히 볼 수 있으니, 평소 소방시설의 위치와 사용법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모든 사고현장이 그러하듯 관계자가 영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예상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다중이용업소 관계자들은 평소 영업장 내에 비치된 옥내소화전 및 자동화재탐지기가 상시 정상 작동되도록 유지·관리하고, 소화기는 잘 보이는 장소에 적정 압력으로 충전되어 있는지도 체크해 봐야한다.

아울러 다수의 이용자들이 화염과 연기를 피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구가 폐쇄되어 있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피난통로에 물건이 적체되어 피난을 방해하지는 않는지를 수시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화재발생 시 이용객들에 대한 신속한 유도가 중요하다. 사람은 화재가 발생하면 호흡이 곤란하고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패닉현상이 일어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는 어느 사람이 먼저 행동하면 모든 사람이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데, 이것을 ‘추정본능’이라 한다. 이용자들이 피난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때, 훈련된 관계자의 강력한 지시는 성공적인 피난의 열쇠가 된다.

마지막으로 해당 건축물에 대한 정보는 관계자가 제일 잘 알고 있으므로 관계자의 적극적인 구조활동이 요구된다. 이는 평소 다중이용업소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가능한데, 자발적인 훈련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므로 영업주 자신의 안전의식이 특히 중요하다. 이 밖에도 추락사고, 감전사고 등 영업장 내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시설을 정비하는 등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대형사고는 위험을 아예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설마 사고가 일어나겠냐는 안일한 의식과 결합해 발생한다. 재난 앞에서는 누구나 절박하다. 다중이용업소 방문자는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품격이며, 영업주는 방문자들의 신뢰에 보답하는 것이 안전이다. 모든 일상에서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하며, 준비하고 확인한 만큼 위험은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정호영 울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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