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16일, 2012년부터 제기되었던 행정소송의 최종 심판이 대법원에서 결론났다(2020다237926).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아닌 교육협력병원의 교수들에게 사학연금과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불법이라는 감사원 주장에 대해 행정소송에서는 1심부터 마지막 대법원 판결까지 일관되게 교육병원에 근무하며 학생교육활동을 하는 것은 교원자격 유지에 하자가 없다는 판결이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서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의과대학 교육협력병원들에서 환수한 사학연금을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교육협력병원이 의과대학 교육의 합법적 장소임이 확인된 셈이다.
의과대학 교육은 병원 환경을 토대로 하는 현장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공대, 법대 혹은 경영대 교육을 위해 학교법인이 공장이나 법률회사 혹은 컨설팅 회사 등을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의과대학 교육의 질은 실제 교육이 일어나는 병원의 수준과 직결되기에 어느 학교나 좋은 병원을 확보·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부터 부속병원이 의학교육의 필수조건이었다. 교육의 질과 연속성 유지를 위하여 병원이 매매되거나 경영상의 이유로 문을 닫는 등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이다.
그런데 부속병원 제도는 병원의 다양한 임상과의 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담보하지 못한다. 선진의료를 주도하는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교육협력병원 제도를 도입하였다. 암 전문병원, 외상환자 전문병원, 심장혈관계 전문병원 등 최고의 교육환경이 보장되는 다양한 의료환경에 학생을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협력병원들은 대학 재단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된다.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 유지를 위해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환경이어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정주영 현대 창업자가 사회복지 실현을 위해 초일류병원과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면서 울산의대를 위하여 서울아산병원을 교육협력병원으로 지정하겠다고 복지부와 교육부를 설득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정주영 창업자의 약속대로 서울아산병원과 울산의대는 우리나라 의료계와 의학교육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울산의대는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시행되던 의학교육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시도했다. 즉, 본과 초기 병원균과 치료약을 파악하는 기초의학과 본과 3학년 이후 환자 진료를 배우는 임상의학을 분리한 교육에서 본과 1학년 때부터 ‘조기 임상 노출’과 ‘통합의학’이라는 최신 의학교육 방향을 성공적으로 적용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평가하는 공식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그 동안 교육협력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시행되어 온 울산의대의 교육을 우수 사례로 평가했다.
최근 울산의대의 교육이 서울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것을 두고 울산으로 옮겨야 울산지역의 의료 인프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불거져 교육부의 실사가 진행되었다. 실사 결과, 고등교육법상 의예과,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을 구분하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교육협력병원에서의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불법’으로 해석했다. 경직된 규정 해석이며, 울산의대에 대한 지금까지의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와도 배치된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확인해 준 교육협력병원의 교원 지위에 대한 적법성이 이러한 논란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울산대학교병원의 성공적인 발전에서 입증되었듯, 교육협력병원의 효시로 시작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의 협력관계가 지속되어야 울산지역에 우수한 의료인력이 공급될 수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의료에 있어서 울산시민의 공동 목표는 수도권 시민들이 누리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 체계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해 울산시와 울산대학교 등 기관의 업무협약을 통해 공식화된 도심의 제2 울산대학교 부속병원 건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은 정치적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거나 서로 배타적인 화두가 아니다. 시민 모두의 총화를 모아 추진해야 할 울산의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송재관 울산대 의무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