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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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년
  • 경상일보
  • 승인 2021.12.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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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제 곧 2021년도 끝이 나고 다시 임인년 새해가 된다. 길어도 1년이면 해결되겠지 했던 코로나19는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언제 끝날지를 모를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가 곧 잡힐 듯하던 10월 초에 제주도를 다녀오긴 했으나, 올 한 해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집과 사무실만을 오갔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의 결과, 올 해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수사를 하는 첫 해가 되었다. 피해자 혹은 피의자를 따라서 조사 참여를 위해 경찰서에 가 보면 경찰도 많은 변화를 꾀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조사실이 완비돼 예전에 하던 것처럼 여러 명의 수사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조사하는 것은 완전히 사라졌다. 수사관들은 상당히 젊어졌고, 반대로 직급은 높아졌다. 친절하게 질문하고, 빠르게 타자를 치며, 예단을 들어내어 답변을 강요하지 않는다. 고소장 등의 정보공개도 잘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금요일에 고소를 당한 의뢰인과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하여 북부경찰서에 갔다. 어떤 것을 추궁 당할지, 어떤 압박을 받을지 모르는 의뢰인이 긴장되고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관 출입구에 예쁜 장식품을 단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그것을 본 의뢰인은 “요즈음에는 경찰서에도 이런 것을 만들어 놓았네요”하면서 반색을 했다. 조사는 조사대로 받을지라도, 그만큼 마음이 푸근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 수사관서인 경찰이 어설프게 중립에 설 필요는 없다. 당연히 피해자 편에 서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권위적이거나 위압적일 필요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변화는 아쉬운 점이 없다.

그러나, 피조사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관이 만들어 놓은 조서가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수사관은 피조사자에 대한 질문을 통해 피해사실 혹은 범죄사실을 수사하는 것이고, 피조사자의 진술을 그대로 타자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까, 피조사자의 진술이 복사하듯이 조서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수사관은 피조사자의 진술을 듣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또 자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대로 조서에 기재하게 된다. 피조사자가 열심히 강조한 것이라도 수사관이 이해를 못하거나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조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왕왕 수사관이 피조사자의 설명을 못 따라 가거나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잘못 판단할 수가 있다. 답답하지만, 그런 점은 앞으로 점차 수사역량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편,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보강수사권을 가지고 있고, 또 6대 중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경찰 송치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강수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인다. 대부분 경찰에게 보강수사를 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경찰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해 검찰로 송치되어 온 사건 정도만 직접 보강수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6대 중대 범죄에 대해서도 올 해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없었다. 검찰개혁이니 검수완박이니 하는, 검찰 외부에서 몰아친 큰 파도 속에서 2018년 특수부에 이어 올해는 공안부까지 형사부로 전환하고, 차분히 전열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검찰의 사건처리 속도가 많이 늦어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잦은 인사이동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일시적인 사유는 괜찮다. 그런데 이전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해 결론을 내리던 때에는 피조사자를 조사한 후 사건내용이 생생이 기억날 때 바로 사건을 종결지우려고 하다 보니까 사건처리가 빨랐고, 올해부터는 송치된 경찰의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사건처리를 하다보니까 기록 검토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향이 생겨서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사유 때문이라면 문제가 있다. 새해에는 신속한 사건처리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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