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복지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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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교육복지의 결실
  • 경상일보
  • 승인 2021.12.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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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정 온남초 교사

1년 간의 학급살이가 끝나간다. 6학년을 처음 맡게 되면서 가졌던 부담감은 인지적으로 성장한 학생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나와 잘 소통해준 학생들 덕분에 한 해 동안 학급 공동체 안에서 함께 자라는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늘 마음이 쓰였던 건 우리 반 학생 상어(별명)였다. 원격수업 주간에는 연락조차 닿기 어려웠고, 등교수업 주간이 되면 지각을 하거나 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 전면 등교를 재개한 뒤에도 여전히 학교에 오는 것을 힘들어했다.

상어가 학교에 와주기만 한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은데, 그걸 나 혼자 할 수는 없었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위(Wee)클래스 상담 선생님께 상담을 의뢰했고, 몇 가지 검사와 상담을 거쳐 울주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청소년동반자와 연결이 되었다. 다행히 청소년동반자 선생님과 몇 번을 만난 뒤 마음을 열었는지 상담 시간을 안내하지 않아도 스스로 방과 후에 위클래스에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강남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학습클리닉’에도 신청했다. 학습지도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1대1로 학습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기초학력이 약한 상어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신청자가 많아 모두 선정이 되진 않을 거라고 들었는데, 고학년 순으로 기회가 와서 상어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전문상담과 학습클리닉이 여름방학 중에도 잘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2학기 개학식 날 그것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상어가 여름방학 중에도 착실히 선생님들을 만나 상담을 받고 공부를 했다는 걸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상어는 시간에 맞춰 등교를 한 것은 물론 수업 시간에 허리를 펴고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빠르게 곱셈을 계산했고, 영어단어를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지각하는 날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어떤 날엔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는 나를 반겨주기도 했다.

지난주 상어는 올해 마지막 기초학력 향상도 검사를 치르고 전 과목 ‘도달’을 받았다. 함께 박수를 치며 웃다가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고 저를 이끌어주셨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에는 의연하게 “네가 상담도 잘 받고 학습클리닉도 열심히 해서 그렇지!”라고 대답했지만, 퇴근하는 길에 그 말을 되뇔수록 콧등이 시큰거렸다.

상어가 변화한 계기는 단연코 전문상담과 학습클리닉이다. 나는 그저 늦지 않은 때에 적절한 도움을 찾아주었던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학생을 1대1로 만나는 것은 학급 구성원 모두를 살펴보아야 하는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이 일을 기꺼이 맡아 포기하지 않고 상어를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한다. 상어가 다시 찾은 밝은 표정을 계속 지켜나가길 기도하며, 이러한 교육복지제도가 더욱 확산되고 알려지길 바란다.

이민정 온남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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