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그린 스완에 올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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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그린 스완에 올라타기
  • 경상일보
  • 승인 2022.01.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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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그린스완, 녹색 백조라는 말은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 등장한 용어로, 기후변화로 인한 경영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블랙스완을 변형한 말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을 상징하고 있다.

그린스완의 등장은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탄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탄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미래 경쟁력을 판가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녹색 백조에 끌려다닐지, 올라타 주도권을 잡을지 판을 짜는 원년, 2022년이 밝았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발표했다.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한다는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이고, 석탄발전은 전면 폐쇄하게 된다. 2020년 기준 신재생 발전량이 6.6%임을 감안하면 현실과의 격차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가 탄소중립 플랜을 짠 해였다면 올해는 계획에 맞춰 구체적인 액션과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해이다. 실질적인 탄소중립 경영의 원년이 될 것이다.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아마존은 2040년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골자로 한 기후서약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구글은 아마존보다 10년 앞선 2030년 넷제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배출량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를 달성하겠다는 ‘탄소 네거티브’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들은 협력업체 넷제로를 목표로, 기업의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업체와만 거래하겠다는 소위 RE100을 천명했고 이런 분위기는 점차 확산될 것이다. 기업들의 탄소중립은 엄연한 생존현실이 된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특히 한국동서발전과 같은 석탄중심 발전사업자는 기업의 가치체계를 완전히 새로 정립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변화의 기로에 있다. 동서발전은 작년 ‘국민의 행복을 위한 에너지 생산’과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라는 회사의 미션과 비젼을 ‘국가 필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친환경 에너지전환 선도기업’으로 바꾸었다. 추상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선명하게 우리의 방향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현재 동서발전의 발전용량은 약 11GW(기가와트)(우리나라 총 발전용량은 현재 약 130GW 정도이고, 2050년에는 전기사용량이 증가돼 현재 용량의 약 2.3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인데, 석탄발전이 7GW, LNG발전이 3GW, 바이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이 1GW이다. 2050년에는 석탄발전은 폐지하고, LNG 발전은 수소 전소 발전으로 변경하며, 나머지는 모두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그 용량은 최소 24GW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신재생 설비는 간헐성(태양이 비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이 있어 실제 설치용량은 약 34GW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서발전이 지난 10년간 추진한 신재생 용량이 1GW인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로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의 자원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태양광의 경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지 태양광(지붕, 수상태양광, 폐염전태양광 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든 건물의 벽면이나 유리에 설치하는 태양광)도 있고, 농지위에 설치해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도 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있다. 영농형 태양광만 하더라도 그 잠재량은 300GW 정도가 된다고 한다. 풍력의 경우도 육상풍력은 한계가 있지만 울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 같은 경우는 그 잠재력이 상당하다.

동서발전에서는 이러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기 위해 올해 신재생개발권역센터를 개설했다. 해야 할 업무를 정해놓지 않고 100명의 인력을 먼저 배치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지면 그린스완에 올라타는 일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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