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안착될 수 있을까]“뭐부터 대비하라는 거죠?” 중소기업 한숨만
상태바
[중대재해처벌법 안착될 수 있을까]“뭐부터 대비하라는 거죠?” 중소기업 한숨만
  • 정세홍
  • 승인 2022.01.13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장 법을 적용받는 대상사업장은 울산지역 전체사업장의 2%밖에 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등 적용 범위 역시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아 법 시행 이후에도 적용 여부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울산 내 적용 사업장 2%…중소기업 대응 어려움

12일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울산지역 전체사업장 4만9145개 중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3만6944개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오는 2024년부터로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도 1만1121개로 전체의 23%에 달했다. 법 적용 대상이 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은 1080개로 2%에 불과했다.

울산지역 대기업들은 법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치를 서두르고 있지만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은 어디서부터 대비를 해야할지조차 난감해하고 있다.

동구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법 시행에 대비해 현장안전관리자를 추가로 채용 준비중이다. 그동안 계속 시설·설비 확충 등 안전에 신경을 써왔지만 불안해서 인력이라도 보강해야 할 것 같다”며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부주의한 행동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지난해에도 사고가 몇 건 있었는데 정부가 원하는게 이런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느 사업주가 사고가 나길 바라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북구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자동차 제조과정에서 부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업체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정부 해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B씨는 “아무리 예방하고 안전을 강조해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 결함의 원인이 부품으로 밝혀진다고 해서 경영책임자나 대표를 처벌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에 맞춰 안전보건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범위나 조항이 애매해 이해가 안된다는 응답이 40%, 전담인력 부족이 3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적용범위 광범위해 논란 예고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적용 가능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재해 중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만약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현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식료품 보관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해 사상자가 생기면 지자체장이나 제조업체가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과도한 업무량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직원이 자살하면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고 원청에서 발주하는 일감이 하청·재하청으로 내려져 재하청 직원이 공사 현장에서 사망하면 원청·하청 사업주 모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배달기사같은 플랫폼 종사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지만 세부 조항 적용 여부에 따라 플랫폼업체 대표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않을 수도 있다. 만약 배달대행업체가 상시관리자를 4명만 채용하고, 배달기사 수십명과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면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또 공동대표가 있는 제조사의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대표 두 명 모두 처벌받을 수 있고, 해외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이 사고를 당하면 국내 본사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해외 현장에 적용이 배제된다는 별도 규정이 없다.

안전관리최고책임자를 선임하고 별도 조직을 두고 있더라도 회사 대표가 현장 사무에 깊숙이 개입하거나 상시 출근을 하면서 시공에 대한 보고를 받고 관리를 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자동차나 샘물 같은 인체 유해성이 없는 제조물도 설계·제조·관리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결함이 발생하면 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만약 전기차에서 결함이 발생해 사망자가 나오면 자동차 제조사가 처벌을 받고 사고원인이 배터리나 타이어 등 부품 문제라면 완성차업체가 아닌 부품업체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은 서고 울산은 패싱 불만 폭주
  • “18억에 매입한 부지, 폐기물 처리에 100억 부담”
  • [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울산도 교통오지 벗고 사통팔달 철도시대 개막
  • 울산시립미술관 1호 소장품, 백남준 ‘거북’ 위용
  • 울산 남구 추억의 고교시절 특화거리 조성사업 최종보고회 개최
  • 울산 첫 공공미술관 ‘시립미술관’ 문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