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EU 집행위원회 반독점 심사의 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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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EU 집행위원회 반독점 심사의 향배
  • 경상일보
  • 승인 2022.01.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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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미국 변호사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EU 경쟁당국의 반독점 심사결과가 현지 시간으로 오는 20일 발표된다.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인수계약이 체결된 이후로 2년9개월 만이다.

한국 기업들 간의 인수·합병거래에 유럽을 포함한 세계 주요 경쟁당국이 심사를 행하는 이유는 해당 거래가 자국의 시장 내 질서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EU의 경우 EC 기업결합 심사규범(EC Merger Regulation)에 의거 인수·합병 당사 기업들이 일정 요건 이상의 시장집중(concentration)을 유발하거나 매출액 기준을 초과할 경우 사전 신고 및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심사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관련심사는 해당 거래로 인한 시장 집중이 EU 시장과 양립하는 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예비심사(Phase I, 제6.1(a)조 및 제6.1(b)조)와, 예비심사 결과 시장 집중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해당 거래의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상세 심사(Phase II, 제6.1(c)조)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신고를 2019년 11월 접수한 EU 집행위원회는 한 달 뒤 예비심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건 거래로 인해 EU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화물선 건조시장에 미치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상세 심사를 실시할 것임을 밝혔다. 심사결과 본건 거래가 EU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기업결합 불허 결정(antitrust veto)이 내려진다(제8.3조).

상세 심사기간이 원칙상 90 영업일임에도 불구하고 결과 발표에 1년이 넘게 소요된 것은 6번에 걸쳐 심사절차가 정지되고 한 차례 연장되는 등 본건 거래로 인한 시장 집중과 EU 시장질서와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다툼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예비심사 결과공표 당시 EU 집행위원회는 본건 거래가 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LNG선 및 LPG선 4개 시장에서 경쟁효과를 심각한 수준으로 제거할 것이라는 점, 다른 조선업체들이 본건 거래로 인해 경쟁 관련 압박을 상당부분 덜게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결과 EU의 소비자들이 합병기업을 상대로 충분한 거래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특히 우려한 바 있으며, 관련 업계에서는 심사 진행 중 같은 관점을 유지한 위원회의 태도를 토대로 불허 취지의 결정을 전망하는 견해가 많다.

EU 집행위원회는 과거에도 초대형 기업결합 관련 반독점 심사에서 불허 결정을 내려 거래를 좌절시킨 사례를 다수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19년 6월에 있었던 독일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 스틸 간 합작회사(JV) 설립 건으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유럽 2대 철강회사의 탄생을 목전에 두었던 이 건 거래는 위원회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무산되었다. 당시 티센크루프는 심의결과에 불복해 유럽연합 일반법원(EGC)에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하였으나 결정을 번복하지는 못하였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는 예비심사 결과 공표 당시 화물선 건조시장이 EU를 위한 중요 산업인 점, 해상운송이 EU 역내 물류의 30%, 역외 물류의 90%를 담당하는 점을 강조한 뒤, 유럽 해운회사들이 양사의 주요 고객들로서 전 세계 화물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점을 들어 본건을 주의 깊게 심사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거래 관련 경쟁당국의 허가는 본건과 같은 인수·합병계약의 거래완결조건을 구성하므로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경우, 그간 소요된 막대한 시간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는 무산된다. 관련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이해관계인들의 동의부터 해당 거래를 포섭하는 시장에 적용되는 규제준수까지 실무자들은 미리 걱정을 떠안고 대비해야 한다. 조건부 허가를 포함한 위원회의 전향적 결정을 기대한다.

이준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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