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23)]나눔과 돌봄의 ‘모현보니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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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23)]나눔과 돌봄의 ‘모현보니또정원’
  • 경상일보
  • 승인 2022.01.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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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정원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원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함께 정원을 답사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경기도 포천의 호스피스 병동 모현의료원에는 보니또정원이 있었다.

모현보니또정원은 2015년 경기정원문화대상에서 공동정원 부문 금상을 받았다. 그 화려한 이력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아름다운 열정을 갖고 정원을 가꾸어온 정원지기들이 있었다. 정원 한 편에 자리한 작은 비석에는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과 자원봉사자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읽는 내내 뭉클함이 전해졌다.

필자가 방문했던 10월의 정원은 완숙한 가을 정원의 모습이었다. 참억새는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고, 솔체꽃, 램스이어, 구절초, 맥시칸부시세이지, 애기해바라기, 향등골나물 등 야생화도 흐드러졌다.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빛과 그늘,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풍성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 모현의료원 물소리정원
▲ 모현의료원 물소리정원

‘자작나무 산책길’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들을 위해 만든 길이다. 산책길은 놀랍게도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도록 침상 이동이 가능했다. 섬세하게 배려한 동선에서 정원을 설계하고 조성한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정원 중앙에는 엄마의 품을 의미하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생명의 기원처럼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연못을 돌아 산책로를 따라가면 다섯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오감 정원’이 이어진다. ‘물소리 정원’은 청각에 중점을 두어 가벽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심신이 정화되는 평온함을 준다. 자작나무는 기부자의 후원으로 심어졌다고 한다. 하자가 잘 나는 나무가 다행히 자리를 잘 잡아 멋진 숲이 됐다. 나무도 가꾸는 이들의 정성을 아는가 보다.

안내를 해준 봉사자들과 다과를 나누며 정원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한 플로리스트는 정원에서 갓 잘라 온 꽃으로 즉석 꽃다발 시연을 보여주셨다. 나누고 자라고 돌보고 위로받는 정원. 정원은 늘 풍성하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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