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울산 ‘문화중심 행정’ 인구유입 마중물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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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울산 ‘문화중심 행정’ 인구유입 마중물 삼아야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2.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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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관 한달 남짓된 울산시립미술관이 울산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은 산업도시로 급성장한 반면 문화적으로 낙후된 도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달여전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으로 문화적 욕구가 다소 해소되고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공급되는 문화행사에 의존해왔던 울산시민들은 비로소 상시적으로 열려 있는 미술관을 통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문화생활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문화생활은 삶의 질과 정주의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문화도시’를 울산시 행정의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문화도시 울산’으로 가는 길을 진단해봅니다.



-‘문화도시’는 오래된 개념이다. 여전히 유효한가.

“울산은 경제와 문화의 격차가 지나치게 큰, 다소 기형적인 도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경제성장이 계속될 때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그 기형성이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생활의 거품이 꺼지면서 오히려 더 적나라해졌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다른 선진 도시나 외국여행을 통해 충족할 수 있었던 문화적 욕구를 이제는 울산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욕구를 오롯이 지역 내에서 충족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에 놓이면서 문화시설 부족이나 비문화적인 환경 등에 대한 불만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더구나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외국에서 쌓은 수준 높은 문화적 경험들로 인해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습니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들로는 욕구충족이 어렵습니다.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체계적인 문화도시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약 한달전 개관했다.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들에는 유명한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연이나 이벤트들과는 달리 미술관은 상시적으로 열려 있는 문화시설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문화 소비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미술관은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공립미술관만 해도 200개가 넘습니다. 울산시립미술관 설립은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습니다. 서울 경복궁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1969년으로부터 무려 53년만입니다.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호응도도 높은 편입니다. 개관 이후 1주일만에 누적 관람객이 1만299명에 이르렀습니다. 가족단위(85%)의 울산시민들이 관람객의 88%를 차지합니다. 미술관 부재에 따른 오랜 갈증을 풀고 있다고 봅니다.”

-울산시민들이 특별히 미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도 볼 수 있나.

“정확한 연구조사가 없어서 문화예술 가운데 어떤 분야를 특별히 선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울산시립미술관이 현대미술에서도 첨단 분야인 디지털아트를 전시하고 있음에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울산에서 처음 열린 3일간의 국제아트페어에도 3만20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았고, 방문객 설문조사에서도 84%가 울산시민이었습니다. 그동안 울산에서 굵직한 미술행사들이 지속돼온 결과라고 봅니다. 2007년 시작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15회를 넘었고, 국제목판화페스티벌도 9회를 치렀습니다. S-OIL의 지원으로 매년 열리는 아마추어 미술축제인 눈빛미술제가 지난해 26회 전시회를 치렀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하고도 세계적 규모의 미술 행사가 민간 중심으로 지속되면서 울산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고 미술인구 증가에도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울산시는 2020년 12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로부터 음악분야 창의도시 네트워크 예비회원으로 승인을 받았다. 올해 회원도시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는 전세계에 295개 회원도시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광주 미디어아트창의도시, 대구 음악창의도시, 진주 공예및민속예술창의도시 등으로 10개 도시가 가입돼 있습니다. 울산은 처용문화제의 일환으로 국제뮤직마켓인 ‘울산에이팜’을 10년 이상 개최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음악을 내세워 창의도시네트워크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해 활동경력이 없어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음악분야는 관 주도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접근이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립미술관 설립과 울산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선호도를 고려해 미술분야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미술분야는 민간에서 장기간 폭 넓게 진행돼 왔을 뿐 아니라 특히 산·바다·강 등 울산의 자연환경을 미술 활동의 중요한 배경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법정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문화도시라는 체감도 높아질까.

▲ 정명숙 논설실장
▲ 정명숙 논설실장

“울산은 4차 모집에서 어렵게 예비문화도시가 됐습니다. 1년간 준비를 잘 해서 법정문화도시가 돼야 합니다. 법정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말합니다. 예비문화도시를 거쳐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정부가 5년간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합니다. 큰 예산은 아니지만 지역주민들과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문화도시 울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법정문화도시나 유네스코창의도시 등 정부 정책에 따라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에 앞서 울산이 가진 환경적 특성을 먼저 분석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읽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강점인지를 제대로 알고 울산시정에서 그 분야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문화적 여건 조성 없이는 인구유입도 어렵습니다. 문화를 행정의 중심에 두고 도시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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