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늘어난 등산객만큼 경제활성화 효과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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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늘어난 등산객만큼 경제활성화 효과도 내야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2.1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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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황산 정상에서 영남알프스 9봉 등산 인증샷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시 울주군의 성공한 관광정책으로 꼽히는 영남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 지급을 두고 논란입니다. 울주군은 은화와 메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가 하면 은화 지급 대상에 대한 기준을 두고도 변경을 거듭하면서 행정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영남알프스 완등기념 은화 지급은 2019년 8월부터 시작돼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울주군이 연간 1만명으로 예상한 것과는 달리 3만명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으면서 예산초과라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달리 해석하자면 울주군과 영남알프스의 인지도 향상이나 관광활성화 효과가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연계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영남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 지급을 두고 왜 논란인가.

“은화 지급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당초 예상 인원은 한해 1만명 정도였습니다. 2020년에는 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1만653명이 인증을 받았고 예정대로 은화를 지급했습니다. SNS를 통해 은화가 소개되면서 2021년에는 호응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8월에 접어들자 인증자가 예상인원 1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도전자도 5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때부터 예산 추가편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논란이 본격화했습니다. 비용절감 방안들이 제안되면서 꼼수가 등장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적인 계산이 개입되면서 취지가 왜곡되기도 했습니다.”

▲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 기념 은화
▲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 기념 은화

-지금까지 인증자는 얼마나 되나.

“2019년 2489명, 2020년 1만653명, 2021년 3만3477명입니다. 2019년은 8월부터 시작해 5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2배 이상 늘어나고 있습니다. 울주군은 당초 10년간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10년간 매년 완등을 한 사람에게는 금화를 준다는 말도 있었으나 지금은 유야무야 됐습니다. 관광활성화의 측면에서 보면 도전자의 숫자도 중요합니다. 2019년 3831명, 2020년 2만1867명, 2021년 6만6509명입니다. 인증을 받은 사람의 2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영남알프스를 방문한 것입니다.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만든 은화 1개 제작비는 약 6만5000원입니다. 2021년에는 20억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울주군이 내놓은 대안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은화를 은메달로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급된 은화는 31.1g의 순은으로 만든 기념은화로 A업체가 맡아서 해왔습니다. 앞에는 가지산이 뒤에는 철쭉이 컬러로 들어가 있어서 누구나 갖고 싶을 만큼 근사합니다. 그런데 예산 절감을 위해 은의 함량을 절반으로 줄여 단가를 4만원 정도로 낮춘 은메달을 제작해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A업체의 은화가 아니라 한국조폐공사의 ‘은화형 기념메달’로 바뀌었습니다. 또 9봉 완등 자격을 14세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갑작스럽게 제작업체를 변경했다. A업체의 반발은 없는가.

“울주군은 A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추가제작을 할 경우 특혜가 된다는 것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A업체는 ‘기념은화를 추가제작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되면서 환율과 은시세 등을 고려해 은을 구입했고 영국의 제작공장도 확보했는데 군의 계획변경으로 수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면서 소송제기를 예고했습니다.”

-가족동반 등산이 많을텐데, 14세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응은.

“국민권익위 신문고에 민원이 3건 접수됐습니다. 지난해까지 완등 인증 연령제한이 없었지만 올해부터 만 14세 미만에게는 기념물품을 지급하지 않는 소극적 처분으로 국민 권익이 침해됐다는 것이 민원인의 주장입니다. 울주군은 14세 미만은 형사상 및 안전 책임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대한산악연맹에서 진행하는 유사사업에도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합당한 조처라고 하지만 갑작스런 계획변경은 가족산행을 계획하던 사람들에게 불만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관광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흔히 영남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 사업을 두고 ‘대박’이라고들 합니다. 등산객의 숫자가 2~5배로 늘었습니다.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줄을 보면 ‘은화의 효과’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역 상권활성화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언양시장이나 롯데호텔 등에서는 외지 손님이 늘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만, 눈에 띄게 확인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적잖은 예산인데 이벤트가 아니라 산악관광인프라 구축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활성화는 인프라보다 이벤트가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다만 울산지역 연계 관광 활성화와 지역상권활성화에 직접적 효과가 있는, 머무르는 관광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논란을 해소할 방안은 있는가.

“행정의 신뢰도를 고려하면 은화 지급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근본적 원인을 따져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습니다. 애초에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호응도는 예상밖이라고 하더라도 은화의 제작 비용에 대한 부담, 다른 지자체와 비용 분담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영남알프스는 울주군 뿐 아니라 경북 경주와 청도, 경남 밀양과 양산 등 5개 도시에 걸쳐 있습니다.

▲ 정명숙 논설실장
▲ 정명숙 논설실장

그런데 아이디어를 낸 울주군이 비용을 몽땅 부담하고 실질적인 관광수익은 나눠 가지는 구조입니다. 특히 밀양 케이블카의 이용률은 급증했습니다. ‘은화 지급’ 사업추진에 적극 나섰던 부군수가 오는 6월 지방선출마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퇴임한 것도 혼선이 발생한 이유의 하나로 꼽힙니다. 내년 사업을 앞두고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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