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이다. 올해도 그날은 오고야 말았다. 내일이 2024학년도 수능시험이 실시되는 날이다. 어제까지 마무리를 위해 교실에서 자기 점검을 하던 아이들에게 오늘 수험표가 배부된다. 아이들은 유의사항을 듣고 시험장과 고사실을 확인한다. 3학년 교실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학교마다 담임선생님과 3학년 부장님들은 마지막까지 시험시간 운영에 대해 안내하며 응원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
11월16일.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모두는 하나에 집중한다. 시험이 규정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은 어제까지 상황을 점검했다. 그리고 지금도 마지막 점검 중이다. 그래서 분주하다. 실수 없이 시험을 운영하기 위해 바쁘다. 모두 수능이라는 시험의 무게를 느낀다. 수험생이 있는 3학년 교실과는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내일은 새벽 배송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각 학교 교감 선생님과 담당 교사들은 해당 시험장의 시험지를 수령하기 위해 교육청으로 출근한다. 새벽 배송이 시작되는 택배회사와 다를 바 없다. 수험생의 집도 새벽부터 분주하다. 부모님도 수험생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 채 긴장감으로 말이 없다. 말없이 분주하다.
시험 시간에 맞춰 대한민국 일과는 시작될 것이다. 회사 출퇴근 시간이 조정된다. 수험생 수송을 위한 경찰관이 배치된다.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비행기 이착륙 시간도 조정된다. 국민 모두는 수험생을 향해 응원을 보낸다. 힘든 시간을 수험생 각자 스스로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우리도 보냈던 그 시간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이 연기됐다. 수능을 바로 앞두고 마지막 마무리를 다 한 바로 이때였다. 16일 수능시험이 연기됐다는 뉴스가 15일 발표됐다. 2018년 수능시험 때의 일이다. 포항 지진으로 시험 전날 전격적으로 일주일 연기가 발표됐다. 학창 시절 시험이 미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연기됐다. 3학년 부장이었던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다시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벌써 대학을 졸업했다. 함께했던 그 시간이 아이들의 삶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다. 그 순간 나에게는 아이들이 전부였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나는 물론 부족했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다. 나의 마음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고사장 감독을 하는 교사, 전체 시험장을 관리하는 교육청과 교육부, 아이를 응원하며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부모님, 우리는 내일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 또한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그 시간을 준비하며 노력해온 아이들 모두의 시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