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부도서관 책 소각대신 보관…중구 자산으로 축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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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부도서관 책 소각대신 보관…중구 자산으로 축적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3.11.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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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 위기에 처했던 울산중부도서관내 보관도서 30만권 중 12만권이 살아남게 됐다. 그 동안 중부도서관 장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많았는데 중구청이 50% 가까이를 이관·보관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장서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최현배 선생의 <한글바른길(1945년)>, <조선말본(1948년)> 초판 등 중요 서적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은 울산시민들에게도 큰 자산이다.

26일 중구청과 중구의회에 따르면 현재 중부도서관 보관도서는 울산도서관 지하 공동보존서고에 23만7000여권, 나머지는 임시 울산중부도서관에 각각 보관돼 있다. 중구청이 공동보존서고 도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중구가 자랑하는 최현배 선생의 대표 서적 <조선말본(1948년)> 초판 등 다수의 보존가치가 있는 서적이 발견됐다. 이에 중구는 최근 발견한 25권을 포함해 향토사료집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12만권을 소각하지 않고 보관키로 결정했다.

중부도서관 보유도서 30만권에 대한 보존·활용 방안이 거론된 것은 지난 20일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홍영진 의원이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적 폐기는 구민들의 자존심을 폐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이날 홍 의원은 “30만권에 달하는 공공재산과도 같은 장서를 행정편의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기 처분하거나 버리는 것은 중구의 지적재산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오래된 책으로 독서축제, 책축제도 가능하다. 우리 동네 품격을 구민들 스스로가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 된 책 중에는 보전가치가 없는 책들이 많다. 일선 대학교 중에서는 오래 된 책을 무더기로 폐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책 중에는 그 지역의 특징과 시대상, 개인들의 미시사(微視史)적인 역사, 지역 향토사 관련 책 등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책들도 많다. 조선시대 서민들간에 오간 편지내용이 현대에 와서 대서특필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래서 가치 있는 책과 가치 없는 책을 가리는, 다시 말하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의 눈에는 가치 없는 책이 될 수 있고, 누구의 눈에는 쓸모없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중구청이 12만권을 소각하지 않고 보관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수십만권의 책을 한꺼번에 폐기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폐기된 책에서 역사를 다시 불러 올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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