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0원짜리 점심에 목매는 노인들, 시설·밥값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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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0원짜리 점심에 목매는 노인들, 시설·밥값지원 절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2.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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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 삼산동 노인복지관, 이 곳에는 한끼 1000원 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노인들이 매일 복도를 메우고 있다. 점심값이 1000원밖에 안되니 인근 울산시장애인체육관 이용자들까지 복지관으로 오고 있다. 복도를 통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노인들 사이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체육관 이용자들까지 섞여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폭등하고 있는 울산지역 밥상물가 오름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들은 사회의 약자들이다. 일반 서민들의 생활도 어렵지만 고령 노인과 장애인들의 생활고는 다른 계층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울산시와 관련 지자체는 이들의 복지시설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고 필요하다면 점심값 지원금액도 늘려야 한다. 1000원짜리 점심에 목을 매는 노인들의 모습은 우리 지역 사회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요즘 점심값은 만원을 웃돈다. ‘점심’과 ‘물가 상승’을 합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다. 최근 울산의 외식물가는 많게는 12%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울산의 8개 외식 품목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최대 12.36%까지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냉면으로 지난해 10월 8900원에서 1만원으로 12.36% 올랐으며 비빔밥은 10.23%, 김치찌개 백반은 8.11% 올랐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5%를 넘을 전망이다.

삼산동 노인들이 매일 찾는 울산시노인복지관에서는 1일 300장의 식권을 팔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전 10시면 동이 난다고 한다. 노인들은 “점점 사람이 늘어나는 거 같다. 복지관 수업이 있는 날이면 식사를 못하는 날도 많아 억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인근 울산시장애인체육관이 가스·수도비 인상을 반영해 점심값을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리면서 노인들과 장애인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노인복지관은 경로식당으로 시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장애인체육관에는 별도 지원금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데 가장 서러운 것이 배고픔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까다로운 규정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노인들의 배고픔을 방치해둘 수는 없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의 지혜로운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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