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화려한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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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화려한 것은 위험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2.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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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화려한 것은 위험하다. 고급 외제차에서 멋진 신사가 내렸는데 고급스러운 옷에 명품으로 치장한 채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과시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 일부는 부러워할 것이고, 일부는 경계할 것이고, 또 일부는 막연한 동경에 더하여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막연히 동경하거나 신뢰를 가지며, 마치 향기 좋은 꽃이 나비와 벌을 불러들이듯 ‘부럽다’ ‘가까이 하고 싶다’ ‘저렇게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는 선입견을 갖고 쉽게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상대에게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영업 수단이자 사회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가 계속 어렵다고 하는데도 명품 매장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물건을 사들이고, 고급 외제차를 가지려고 무리한 대출을 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데 변호사를 하며 많은 사람들과 일을 겪어보니, ‘화려한 것은 화려할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이나 재화 등 신뢰에 바탕한 무언가를 얻을 목적이 있는 자는 자신의 재력과 능력과 인맥을 화려하게 내세웠다. 솔직한 자신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때 상대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있는 경우 그 화려함의 정도는 더해졌다. 물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자신의 취미와 성향에 따라 화려함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런 화려함은 자연스러운 화려함일 뿐 우리가 함부로 곡해하거나 오해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능력이 화려함을 뒷받침할 수 없고 성향이 그러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화려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화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그런 화려함은 위험한 화려함이다. 같은 맥락에서 다수의 사기 범죄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화려하게 꾸민다. 화려함이 진실을 가리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필자가 변호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를 돌이켜보면 무리해서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으려 했던 것 같다. 아직 경험이 적기에 스스로 자신감도 모자랐고 상대방으로부터 초급 변호사라 무시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세월이 흘러 경험과 자신감이 쌓이니 더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닌 내게 편한 차를 선택하고 내게 편한 옷차림을 선호하게 되었다. 나아가,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며 얼마나 상대를 이해하며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함을 생각하며 나의 가진 것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상대를 높이고 상대의 말과 행동을 더 주의깊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 재력과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주변의 시기에 대한 경계와 스스로에 대한 겸손함으로 자신을 낮추고 더 수수하고 소탈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겸손하고 수수하며 소탈한 사람이 진짜 신뢰를 주고 오랜 관계를 맺어가게 한다.

화려한 것은 화려할 필요가 있어 그렇다는 생각만 놓지 않고 가져가면, 삶에서 판단이 흐려져 낭패를 보는 일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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