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경제의 흐름 읽기-나무와 숲
상태바
[기고]우리 경제의 흐름 읽기-나무와 숲
  • 경상일보
  • 승인 2023.12.12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대동 전 국회의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각각 생존하는 현상을 살펴보는 ‘미시적 접근’ (Micro Approach)이고 개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잘 자라는지 전체 숲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거시적 접근’ (Macro Approach)이 두 번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현상도 개별 경제주체와 전체 국민경제가 잘 어우러져야 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전자를 다루는 것을 ‘미시경제학’이라 하고 후자를 ‘거시경제학’이라 정의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경제가 어디로 어떤 모습으로 가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우선 국내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환경 동향부터 살펴보자. 먼저, 그간 물가 상승을 압박해 온 국제 인플레가 진정될 것인가 여부이다. 지난해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금리차가 2%p에 달했지만 미국 내 인플레 압력이 다소 줄어 미국이 기준금리 동결 조짐을 보여 다행이라 하겠다. 적절한 금리 수준차를 유지하기 위해 덩달아 올린 국내금리의 상승이 가계부채의 부담을 가중시켜 오던 터라 지난 11월까지 7연속 금리 동결이 가능해졌다. 한미간 금리차 영향을 받는 대미환율이 아직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행진이 멈추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

둘째,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함께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이 국제무역환경을 저해하고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는 점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국제분쟁은 대외무역환경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 주변 국가들의 무역갈등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은 두 나라와 무역 비중이 큰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예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과 이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수출산업 품목인 국내 반도체 업종의 선택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다행히 미국의 인플레방지법(IRA법) 적용에 한국산 자동차의 예외 인정을 받으려는 대미협상과 국제적으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노력이 결실의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과 SK의 중국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공급이 지난 10월부터 허용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 구축된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회복에 따라 일본과 전향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경제와 안보를 통한 3국 간 협력 분위기는 국내경제 운용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자국의 무역수지 악화를 의식한 일본의 정책 대응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이 이자 부담을 덜고 수출 가격 경쟁력 회복을 통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일본 당국의 정책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경제는 지표상으로 자동차 수출 호조 등으로 무역수지는 개선되고 있으나, 반도체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태이다. 10월 중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보여 내년도 경제성장도 2% 초반대로 전망된다. 따라서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은 국제적으로는 한-미-일 경제 안보 협력과 한-중-일 경제협력을 다지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목표를 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특히 출산율이 0.7명에 불과한 인구 위기 문제를 해결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근본적인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당장은 부족한 산업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담당할 ‘이민청’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전기자동차의 메카를 지향하는 울산은 세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를 중심으로 전기차에 필수인 배터리 핵심부품업체의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의 흐름을 선순환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