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즉인(敎卽人), 사람을 남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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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교즉인(敎卽人), 사람을 남기는 일
  • 경상일보
  • 승인 2023.1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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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업 온남초등학교 교사

우리 학교는 벌써 겨울방학이다. 학교 석면해체공사를 위해 여름방학을 아주 짧게(5일) 하고 긴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아이들과 작별을 하고 텅 빈 교실에서 홀로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20여 년 전 임용고시를 공부할 때 교육학의 첫 장에 교육에 대한 정의가 나왔던 기억이 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교육이란 인간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활동이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교육학의 일반적인 정의도 중요하지만 교직 생활을 해오면서 교육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상즉인(商卽人) “장사는 곧 사람이다” 장사는 곧 “사람이요, 사람이 모든 것이요, 사람으로 통한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사람의 소중함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는 말일 것이다.

그 소설을 읽고 있었던 초임교사 시절 ‘교육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 나에게 “교육이란 곧 사람이고 사람(제자)을 남기는 것”이 되었다. 지금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10년 후에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직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후회되고 아쉽고 반성 되는 장면들도 생각이 난다. 그 중에 나의 실수로 인해 원하는 중학교에 원서를 넣지 못해 응시조차 못한 제자가 있었다. 물론 감사하게도 학생과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면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에게는 항상 마음의 짐이었으며 제자가 잘 되기를 마음 속으로 참 많이 기도했었다. 그 제자가 몇 달 전에 연락이 와서 “선생님, 저 대기업에 취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입니다.”하고 희소식을 전해 주었다. 아마 제자도 내가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아름다웠다. 제자에게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제자지만 스승 같은 사람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면 올해만큼 격변의 시절이 없었던 것 같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많은 선생님들께서 함께 힘들어하고 슬퍼했으며, 때론 행동으로 절규했다. 하지만 지금도 또 다른 곳에서 선생님들의 힘든 절규들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수많은 선생님들은 자기 나름의 교육관을 가지고 교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학교와 교실에서 늘 희망을 보면서 살고 있다. 가치 있는 일을 너무나 열심히 하는 동료들이 있고, (가끔 장난꾸러기들이지만) 순수한 영혼들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이 나는 참 좋다.

서동업 온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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