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와 교육부가 지난 4월10일부터 5월10일까지 4주 동안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울산지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8만2278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이 2.0%로 나왔는데, 이는 전국 평균인 1.9%보다 높은 것으로, 지난 2019년(1.5%) 이후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 간에 발생하는 괴롭힘과 폭력은 전 세계가 비슷한 현상이며, 폭력 자체도 점점 영악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에서 울산(2.0%)이 전국 평균인 1.9%보다 높게 나온 데 대해 시민들에게는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에서 열심이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었는데, 돌아온 것은 ‘학폭 선진도시’라는 오명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와 16개 시도교육청의 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 가해자는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 48.3%로 가장 많았으며, 다른 반이지만 같은 학년인 학생이 30.5%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신체폭력 17.1%, 집단 따돌림 15.8%, 강요 8.5%, 사이버폭력 6.3% 순이었다.
폭력이 증가한 것은 올해 1학기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면수업이 늘어나면서다. 오랜 동안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다가 모처럼 학교에서 동급생들과 어울리다보니 말이 거칠어지고 신체적인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기다 드라마와 청문회 등도 학교폭력 민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이며, 청문회는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청문회를 말한다.
문제는 아직도 폭력피해를 당해도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조사에서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1.4%)라고 답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20.0%) 신고하지 않았다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씻지 못할 상처를 주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전담 조사관’에게 맡기고, ‘학교전담경찰관’(SPO)을 10%가량 늘리는 등 제도 개선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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