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까지는 자본이 부족해 애를 먹겠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한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으로 회사의 여유자금을 모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투자를 위한 것이어야지 나의 조국이라는 이유 때문에 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투자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문제는 그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 후에 에리코의 아버지는 상당한 금액을 한국에 투자했다. 나는 그 문제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관심을 끊으려고 애를 썼다.
그 후로도 대곡건업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내가 직접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환경이 좋은 비서실에서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만 판단하면 되었다. 능력 있는 신세대들이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잘 처리해 나갔다. 내 나이는 오십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비서실에 새로 온 아가씨가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미인 축에 드는 아가씨였다. 명문대 출신에 미모까지 뛰어나 뭇 남성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내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옷차림이 너무 야해 품격이 좀 떨어지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비서실장에게 시정하도록 귀띔을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았다. 고쳐지기는 커녕 오히려 노출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한 번은 내 방에 들어와 차 시중을 드는데 가슴이 터질 듯한 옷을 입은 데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니 젖가슴이 다 드러났다. 더구나 브레지어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내 콧속에서 단내가 훅 하고 올라왔다. 여자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 벌써 이십 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젊은 여자의 젖가슴을 보는 순간 그동안 가두어 놓았던 봇물이 일순간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차 시중을 멈추게 하고 여비서를 내 앞에 무릎 꿇리게 했다. 의자에 앉은 채 내려다보니 얇은 여름셔츠 깃 사이로 팽팽한 젖가슴이 다 드러나 보였다. 여비서는 내 시선을 의식하고도 꼿꼿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셔츠 단추를 풀어보아라.”
“….”
여비서는 놀라는 표정도 없이 여름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겨우 세 개밖에 없는 단추를 모두 풀고 나자 선홍빛 꼭지가 달린 수밀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 안에서 용광로 같은 불꽃들이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아우성을 쳤다. 한참동안 미동도 없이 가슴을 바라보고만 있자 여비서가 한 손을 슬쩍 내밀어 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내 코에서 황소바람이 새어 나왔다. 나를 이겨내는 것이 태산을 들어 올리는 것 보다 힘이 들었다.
“흐음. 솔직하게 말해 보아라. 누가 너를 보냈느냐? 거짓말을 하면 너는 바로 해고야.”
여비서가 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재빨리 거두어갔다. 풀어 헤쳤던 셔츠 깃을 여미고 단추를 잠갔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저는 다만 사모님께서 시키셔서….”